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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옷 사지 마세요"…그래서 삽니다[체헐리즘 뒷이야기]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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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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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열기 전에, 꼼꼼히 따지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들은 '소비 줏대'
기업 철학까지 따져…장애인 고용 적극적인 회사 쿠키와, 멸종위기 동물 돕는 화장품 구매
"비싸도 삽니다, 기업은 소비자 행보를 따라간다 믿으니까요"

[편집자주] 2018년 여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쓰고 있습니다. 해봐야 깊이 안다며, 동떨어진 마음을 잇겠다며 시작했지요. 격주 토요일 아침이면 오래 품은 기사들이 나갑니다. 꾹꾹 담은 맘을 독자들이 알아줄 때 행복합니다. 여전한 숙제가 많으니, 차마 못 다한 뒷이야기를 가끔씩 풀려 합니다.

하루 2~3만보씩 걸으며, 해외 출장마다 10년을 신으며 함께했다던 김현성 오보이 편집장의 낡다 못해 해진 신발. 눈길을 너무 많이 헤쳐 작별할 때가 되었다고. 버틸만큼 버텼다고 했다. 유행을 타지 않고 질 좋은 물건을 오래 쓴다는 것에 대한 생각./사진=오보이 제공
B기업의 유명한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광고. 본인들 회사 옷도 사지 말란다. 환경에 해로우니 가능한 수선해서 입으라고./사진=B기업 홈페이지
※ 이 기사는 특정 기업에 이익과 불이익을 줄 의도가 전혀 없기에, 모두 익명으로 썼습니다. 다만 모든 기업과 소비자가 단 1분이라도 이 주제에 대해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만 담았습니다.

민희씨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 갔을 때였다. 쓰러질듯 배가 너무 고팠다.


뭔가 먹을만한 곳을 둘러보았다. 하필 A기업 계열사들 매장밖에 안 보였다. 계속 두리번거렸다. 그 기업은 소비를 원치 않았기에.
안전하지 않은 노동 환경. 빵을 만드는 A기업 공장에서 노동자가 그리 숨졌다. 숨진 노동자의 영정 사진. 민희씨 친구 또래였다고. 그러니 A기업 제품을 소비할 수 없다고./사진=뉴스1
안전하지 않은 노동 환경. 빵을 만드는 A기업 공장에서 노동자가 그리 숨졌다. 숨진 노동자의 영정 사진. 민희씨 친구 또래였다고. 그러니 A기업 제품을 소비할 수 없다고./사진=뉴스1
당장 배고팠어도 들어가지 않았다. A기업에서 일어난 일을 안 뒤부터 그럴 수 없게 됐다. 그 기업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안전 장치는 부실했다.

"제가 올해 스물일곱 살이에요. A기업만큼은 정말 소비를 못 하겠습니다. 여기서 사망한 노동자들 나이가 제 친구 또래에요. 저는 특성화고를 나왔어요.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그들이 희생된 곳인데, 어떻게 거기서 만든 걸 살 수 있겠어요."
A기업 공장 노동자를 숨지게 했던 기계에 '사용 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다. 이슈는 흘러갔고, 두 분류의 소비자가 남았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과 잊은 사람./사진=뉴스1
A기업 공장 노동자를 숨지게 했던 기계에 '사용 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다. 이슈는 흘러갔고, 두 분류의 소비자가 남았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과 잊은 사람./사진=뉴스1
민희씨에게 불매는 선명한 '메시지'다. A기업에게 보내는.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죽게 하지 말라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라고. 그러지 않으면 사지 않겠다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꿀 수 있게할 방법은 불매뿐이라고.

이슈가 지나갔어도 잊지 않았단다. 인천공항에 갔던 그날도 기억했다. 소비하고픈 유혹을 떨쳤다. 발걸음을 좀 더 옮겨 다른 가게로 갔다. 민희씨가 말했다.


"찾아보면 대체할 제품은 얼마든 있습니다. 조금 더 걷거나 시간을 들이면 되고요. 그걸 어떻게 다 신경 쓰냐며, 유난스럽단 눈초리도 있어요. 상관없습니다. 제 작은 선택이 언젠가 기업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바꾸면 좋겠어요. 단지 그 마음뿐입니다."



진정성 : "우리 회사 옷도 사지 말고, 수선해 입으라고 해서 삽니다"




더 나은 지구와 환경을 위해, 새 옷을 사지 말라는 B기업. 그게 우리 회사 제품일지라도. 그걸 증명하듯, B기업은 다른 회사 옷까지 무료로 다 수선해준다. 오래 입을 수 있도록./사진=B기업 홈페이지
더 나은 지구와 환경을 위해, 새 옷을 사지 말라는 B기업. 그게 우리 회사 제품일지라도. 그걸 증명하듯, B기업은 다른 회사 옷까지 무료로 다 수선해준다. 오래 입을 수 있도록./사진=B기업 홈페이지
재진씨B기업 제품을 소비한다. 이 기업은 2011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란 광고를 했다. 여기서 '이 재킷'이란 본인들 회사 제품을 말하는 거였다. 언뜻 들으면 기괴한 전략이다. 기업이 더 팔진 못할망정 사지 말라니.

아무리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도 지구에 해롭단 거였다. 그러니 새 옷 사지 말고, 기존 옷 수선해서 오래 입으라고. B기업의 '원웨어(Worn Wear, 낡은 옷)' 캠페인이다. 말뿐이 아니라, 자기네 옷이 아녀도 무상으로 수선해준다.

재진씨는 그 '진정성'에 감복했다. B기업 팬이 된 거다.

"거의 모든 섬유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펼칩니다. 그런데 결국 그 모든 게 '마케팅'. 매출을 위한 도구. 이면을 감추기 위한. 그런데 B기업은 차원이 달라요. 매년 매출의 1%를 기부하고, 창업자는 회사 지분 전체를 비영리단체에 기증했어요."

기업을 만든 이들 대부분이 산악인 출신이라 그렇단다. 재진씨도 산을 좋아한다. 자연이 그냥 좋다고.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는 걸 보고 싶다고. 그게 B기업을 소비하는 이유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의 '화성에 가면 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지구를 지켜야지, 왜 화성에 가야 해요. 자본주의 성장은 기후 위기를 담보로 하고, 우리 스스로를 절벽 끝으로 몰고 있어요. 떨어진 뒤엔 올라올 수 없어요."

오래 입는 옷의 가치, B기업의 유명한 '원웨어' 캠페인./사진=B기업 홈페이지
오래 입는 옷의 가치, B기업의 유명한 '원웨어' 캠페인./사진=B기업 홈페이지



환경 : "정말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서, 퇴비로 만들더라고요"


C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정말 화장품 빈 병을 5개부터 수거해간다고 했다. 적립금도 준다, 심지어. 어떤 기업을 선택하느냐, 그건 생각보다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다./사진=C기업 홈페이지 화면
C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정말 화장품 빈 병을 5개부터 수거해간다고 했다. 적립금도 준다, 심지어. 어떤 기업을 선택하느냐, 그건 생각보다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다./사진=C기업 홈페이지 화면
연희동 ㄹ카페 사장님 이야기. 그는 스킨·로션 화장품을 C기업에서 산다. 그런지 1년이 넘었다. 이유를 물었다.

"항상 생분해 빨대, 생분해 비닐 등에 의문이 있었어요. 그걸 C기업 브랜드가 깨주었지요.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을 분해한 기업이라 들었어요. 스킨, 로션, 클렌저 등을 다 쓰면, 빈 병을 수거해달라 신청할 수 있어요. 5개 이상부터요."

빈 병을 수거해간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제품 소개에 이리 적혀 있었다.

'우리는 우리 모두의 고향 지구가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남겨도 되는 것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C기업 브랜드에 대한 소개 페이지. '우리 모두의 고향 지구가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란 말이 인상적이다./사진=C기업 홈페이지
C기업 브랜드에 대한 소개 페이지. '우리 모두의 고향 지구가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란 말이 인상적이다./사진=C기업 홈페이지
C기업 홈페이지에 가입했다. 공병 수거를 정말 하는지 확인해봤다. 정말 수거한단다. '완전 퇴비화 시설'을 통해 제품을 완전히 분해한다고. 심지어 적립금을 2만4000원 적립해준단다.

ㄹ카페 사장님은 이리 말했다.

"그 공병들이 정말 퇴비화된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이런 시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좋은 브랜드에요. 없어지지 않았으면 싶어 소비하고 있습니다."



동물권 : "자유 방목으로 키우는 목장 우유만, 최소한으로"


유제품을 최소한으로 소비하고, 우유를 보는 게 아니라 우유를 내어주는 젖소가 사는 환경을 본다고. 젖소를 자유롭게 방목하는 D목장 전경. 어떤 소비 기준을 택할지도 내 몫이다./사진=D목장 홈페이지
유제품을 최소한으로 소비하고, 우유를 보는 게 아니라 우유를 내어주는 젖소가 사는 환경을 본다고. 젖소를 자유롭게 방목하는 D목장 전경. 어떤 소비 기준을 택할지도 내 몫이다./사진=D목장 홈페이지
모나씨는 6년 전 강아지를 입양했다. 그때부터 소나 닭, 돼지도 우리 개와 똑같은 생명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자연스레 동물권에 관심이 생겼다. 개는 예뻐하며 '1인 1닭' 같은 얘긴 농담처럼 하던 스스로가 모순적이라 여겼다.

그래서 채식을 지향하고 있다. 육류나 유제품은 최대한 안 먹으려 한단다. 정말 불가피하게 달걀이나 유제품을 사야 할 땐 동물 복지 인증을 받았는지 꼭 확인한다. 특히 유제품은 D목장에서만 산단다.

"자유 방목으로 키워서 젖소들이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우유를 살 때 우유만 생각하지 않는다. 우유를 만드는 젖소가 받을 '스트레스'도 생각한다. 이를 줄여주기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준 곳에서 사겠다고. 그게 D목장을 소비하는 이유가 됐다.
I기업의 에코백에 쓰여진 문구. '동물 실험과 싸운다'고 쓰여져 있다./사진=I기업 홈페이지
I기업의 에코백에 쓰여진 문구. '동물 실험과 싸운다'고 쓰여져 있다./사진=I기업 홈페이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D목장을 조회하니 사실이었다. 자유 방목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유일한 목장이었다. 그럼에도 "아직 사육 환경에 부족한 게 많음을 느낀다"는 목장주 말도 괜찮았다. 부족함을 알면 더 나아질 것이므로.

모나씨가 말했다.

"꼭 필요한 걸 사도 묘한 죄책감이 있었어요. 6년간 나름대로 가치 있는 소비 기준을 세웠고요. 적지만 이만큼이라도 지향하는 가치에 보탬이 된단 생각에 뿌듯합니다. 점차 소비를 줄여, 최종 목표는 무해한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철학 :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든다고 해서"


매출이 늘 때마다 발달장애인 사원을 추가로 고용한다는 E브랜드./사진=E브랜드 홈페이지
매출이 늘 때마다 발달장애인 사원을 추가로 고용한다는 E브랜드./사진=E브랜드 홈페이지
탄이 보호자님E브랜드 설거지 세제를 쓴다. 성분도 좋지만, 여기가 추구하는 고용 철학이 좋아서다.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곳이에요. 월 매출이 늘 때마다 발달장애인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고요. 설거지 비누도 안전한 1종 세제라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든다는 F기업./사진=F기업 홈페이지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든다는 F기업./사진=F기업 홈페이지
구구씨 F기업 쿠키를 산다. 건강한 재료도 좋지만, 뭣보다 진짜 이유는 이것 때문이라고.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제 마음에 더 와닿았습니다. 스스로가 선택해 사회적 약자가 된 게 아니잖아요. 이건 결국 우리 모두의 일인데, 이런 일을 대신 해주는 사회적 기업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이른둥이'를 위해 기저귀를 기부하는 G기업./사진=G기업
'이른둥이'를 위해 기저귀를 기부하는 G기업./사진=G기업
선아씨아들이 1.93kg,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신생아 중환자실에도 있었다. 이른둥이 기저귀를 기부하는 G기업 제품을 되도록 소비한다고 했다. 초소형 기저귀가 필요한데, 6년 넘게 500만 매 이상을 기부했단 기사가 나와 있었다. 덕분에 3만 명이 넘는 이른둥이가 건강히 자랐다고.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유지하는, H서점의 오래된 경영 철학은 유명하다./사진=머니투데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유지하는, H서점의 오래된 경영 철학은 유명하다./사진=머니투데이
수빈씨는 책을 H서점에서만 산다. 창립자 철학이 좋아서란다. 사옥이 생겼을 때, 임원들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울 한복판에 대한민국을 대표할 서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했단다. 수빈씨가 말했다.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할 때,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주자고 했대요. 와서 사람과 만나고,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하자고.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작가, 대학교수, 사업가, 대통령이 되면 얼마나 보람 있는 사업이냐고. 그러니 아주 작더라도 제 책은 다 여기서 사고 싶은 거예요."

찾아보니 H서점은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유지하고 있는 거라고. 이 또한 기업 철학이다. 그게 좋은 거란다.



"일개 소비 행위도, 윤리적 기업을 만드는 데 보탬…뿌듯해"


화장품 하나를 판매할 때마다, 엄마를 잃은 코끼리들이 건강히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게 코코넛 밀크를 기부한다는 브랜드./사진=J기업 홈페이지
화장품 하나를 판매할 때마다, 엄마를 잃은 코끼리들이 건강히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게 코코넛 밀크를 기부한다는 브랜드./사진=J기업 홈페이지
취재한 소비자들은 모두 37명. 이들은 저마다의 소비 줏대를 가지고 있었다. 사는 이유와, 사지 않는 이유가 명확했다. 소개한 건 극히 일부다. 몽몽씨의 소비 기준을 살펴보자.

- 소비하지 않는 기준 : 노동환경 착취, 환경오염 야기하는 브랜드, 패스트패션, 전범기업과 협력,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 야기하는 제품, 가죽, 동물 학대하는 농장, 대형견 차별하는 반려견 운동장, 미디어 윤리 지키지 않는 프로그램 등.

- 소비하는 기준 : 동물실험 안 하는 '크루얼티 프리' 제품, 노동환경 개선하는 옷 브랜드(적극적으로 찾음), 좋은 브랜드 사서 오래 입는 것 선호, 텀블러와 천연수세미와 천 생리대와 비누형 샴푸바 등.

이들은 왜 이런 소비 줏대를 세웠으며, 지켰을 때 얻는 건 무엇일까.
'우리는 동물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는 S브랜드. 동물털을 쓰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사진=S브랜드 홈페이지
'우리는 동물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는 S브랜드. 동물털을 쓰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사진=S브랜드 홈페이지
"불매에 참여해도 다수가 사는 걸 보면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손님 10명이 9명으로 줄어도, 기업엔 10% 손해다. 단 한 명의 노동자라도 덜 다쳤으면 합니다. 결국 제가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사회잖아요."(민혁씨)

"대단하고 좋은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옳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작게나마 실천하는 뿌듯함이 가장 큽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자연스레 배우길 기대하는 마음도 있고요."(명아씨)

"일개 소비행위도 윤리적 기업이 되는데 힘을 보태는 것 같아 뿌듯하달까요. 다만 기업이 불매가 일어난 실질적인 원인을 개선하고 해결하는 모습까지 보인다면, 더욱 뿌듯하겠지요."(주현씨)



소비자의 진화…"가치 범위가 '나'에서 '우리'로 넓어져"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해, 포장통 없이 알맹이만 파는 걸로 유명한 상점./사진=해당 상점 홈페이지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해, 포장통 없이 알맹이만 파는 걸로 유명한 상점./사진=해당 상점 홈페이지
'이젠 소비자가 달라졌다. 그들의 소비 감성은 놀라울 정도로 진화했다. 제품이나 서비스로부터 기대하는 가치 범위가 '나'에서 공동체나 환경까지 포괄하는 '우리'로 넓어졌다.'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을 쓴, 이근상 마케팅 전문가의 말이다. 나에게 도움이 돼도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반대라면 그 대가를 흔쾌히 지불하기도 한다고.

소비를 주로 이끄는 MZ세대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신현암, 전성률 공저)' 책에서는 이리 강조했다.

'소비자로서 MZ세대의 특징도 살펴보자. 미닝 아웃이란 용어가 있다. 신념을 뜻하는 '미닝'과 '나오다'의 합성어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드러내는 활동'을 말한다. 조직 구성원으로서, 소비자로서 MZ세대는 ESG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ESG에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T화장품 브랜드 홈페이지에 나와 있던 사진. 가치가 잘 나와 있다. 우리가 살린 동물 수 8233마리, 줄인 플라스틱 병수 58만9066개./사진=T화장품 브랜드
T화장품 브랜드 홈페이지에 나와 있던 사진. 가치가 잘 나와 있다. 우리가 살린 동물 수 8233마리, 줄인 플라스틱 병수 58만9066개./사진=T화장품 브랜드
'진정성'에 대한 얘기다. 다시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에 주목할 만한 얘기가 더 있었다.

'오래전 노트북을 사기 위해 용산전자상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호객 행위 없이 조용한 매장이 있어 들렀다. 컴퓨터에 대해 꽤 전문성이 있어 보이는 주인은 '어떤 노트북을 찾느냐', '필요한 사양이 무엇이냐'를 묻더니 다른 곳을 다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면 다시 오라했다. 비싼 물건을 덜컥 사버리면 안 된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다른 곳'을 둘러본 후 결국 그 매장에서 노트북을 샀다.'
오래 신어 구멍이 난, 기자의 신발. 최초로 공개하는 거다. 쉬이 사지 않고 오래 소비하는 기쁨이란 것./사진=한 점 부끄러움 없이, 정말 기뻐서 공개하는 남형도 기자
오래 신어 구멍이 난, 기자의 신발. 최초로 공개하는 거다. 쉬이 사지 않고 오래 소비하는 기쁨이란 것./사진=한 점 부끄러움 없이, 정말 기뻐서 공개하는 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지구와 환경을 깊이 고민하는, 생각해야할 이야길 담는 패션잡지 '오보이'의 김현성 편집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제가 결혼을 1998년에 했는데요. 16~17년 동안 집에 침대랑 소파가 없었어요. 집도 작았고 맘에 드는 것도 없었고요. 그전까진 대충 살다가, 고르고 고르고 고르고 또 골라 가지고 17년만에 처음 산 거예요. 그렇게 물건을 한 번 사서 죽을 때까지 쓴다,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그게 무슨 물건인지 알아야 살 수 있는 거잖아요."

아주 신중하게 생각해 아주 오래 쓴다는 평범한 얘기. 반대로 말하면, 유행에 따라 미친 듯이 소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이걸 왜 좋아하고, 왜 들여와야 하는지 이유를 생각하고. 그럼 중독적이고 무의식적인 소비는 그럼 줄어들 거라고.
하루 2~3만보씩 걸으며, 해외 출장마다 10년을 신으며 함께했다던 김현성 오보이 편집장의 낡다 못해 해진 신발. 눈길을 너무 많이 헤쳐 작별할 때가 되었다고. 버틸만큼 버텼다고 했다. 유행을 타지 않고 질 좋은 물건을 오래 쓴다는 것에 대한 생각./사진=오보이 제공
하루 2~3만보씩 걸으며, 해외 출장마다 10년을 신으며 함께했다던 김현성 오보이 편집장의 낡다 못해 해진 신발. 눈길을 너무 많이 헤쳐 작별할 때가 되었다고. 버틸만큼 버텼다고 했다. 유행을 타지 않고 질 좋은 물건을 오래 쓴다는 것에 대한 생각./사진=오보이 제공
잔상이 남은 그의 마지막 얘기가 이랬다.

"사는 행위 자체로 풀린 스트레스는 또 금방 쌓이잖아요. 한 물건을 사서 오래 잘 써서, 그 보람으로 풀리는 스트레스가 훨씬 더 길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오래된 물건을 바라볼 때의 행복. 그건 진짜 경험을 안 해보면 모르거든요."

그 말을 쉬이 이해하지 못하다가, 오래 신은 신발에 문득 구멍 두 개가 난 걸 알았을 때, 그래도 크게 문제가 없으며 이 녀석과 함께한 많은 장소와 경험과 시간이 떠올랐을 때.

그때, 그가 말한 오래된 물건이 주는 행복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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