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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 "우리의 20년, 그 정도면 괜찮은 서사 아닐까요?"[인터뷰]

머니투데이
  • 이덕행 기자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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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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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테나
/사진=안테나
어떠한 관계를 20년이나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친구 사이, 특히 두 사람이 함께 일을 한다면 그 관계를 유지하기란 더욱 어렵다. 페퍼톤스 이장원과 신재평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20주년을 맞아 발매한 앨범에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아도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건 이들의 관계가 맺은 서사 덕분이다.


페퍼톤스는 17일 새 앨범 'Twenty Plenty'를 발매한다. 2022년 9월 'Thousand Years'(싸우전드 이어스) 발매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선보이는 앨범이자 2004년 데뷔 후 20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려온 페퍼톤스의 음악을 기억하고, 다음 걸음을 향한 새로운 숨을 불어넣을 앨범이다.



앨범 발매를 앞둔 지난 11일 신재평, 이장원 두 멤버는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두 사람은 이번 앨범을 비롯해 20년간 함께 걸어온 음악 인생, 나아가 음악인 이전의 친구로서의 관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시간이 빨리 갔네요. 매년 하고 싶은 것들,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하다 보니 어느덧 20주년이 된 것 같아요. '어딜 향해 달려가야지'라고 해서 온 건 아니고 꾸준히 했는데 밴드가 스무 살이 된 게 신기해요. 엄청 대단한 일처럼 기념하고 축하받는 게 겸연쩍고 쑥스럽기도 하네요."(신재평)


"10년 전에 기념 공연을 했었어요. '10주년 기념'이라는 이름을 붙일지 말지에 대해 둘 사이는 물론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어요. 그런데 20주년은 저희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기념해야겠다'는 마음이 그 때에 비하면 일치하더라고요. 저희 홈페이지에 'since 2004'라는 문구가 있는데 2004년에는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20년이 지나고 보니 '관록 있는 맛집' 같은 느낌이 들어요."(이장원)






/사진=안테나
/사진=안테나


이번 앨범은 A 사이드 'SURPRISE!!'와 B 사이드 '<

"지난해 회사에서 20주년 기획을 하다가 20주년이니 20곡을 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희는 앨범 단위로 작품을 발매하길 좋아하는 옛날 밴드지만, 예전처럼 14~15곡을 내면 사람들이 앉은 자리에서 듣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음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안테나에서 선물 같은 느낌으로 '리메이크를 만들어볼게요'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될까 싶기도 했어요. 헌정 앨범, 트리뷰트 앨범은 대단한 성취를 한 레전드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스스로는 저희를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도 없고 전국민이 아는 히트곡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만, 알음알음 오랫동안 들려지면서 축적된 힘으로 가는 밴드라고 생각했거든요."(신재평)


이러한 신재평의 말과 달리 A 사이드에 참여한 가수의 라인업은 화려하다. SUMIN, 잔나비, LUCY, 나상현씨밴드, 이진아, 멜로망스 정동환, wave to earth, 유다빈밴드, Dragon Pony, 스텔라장, 권순관이 참여해 한층 풍부한 앨범을 만들었다. 페퍼톤스가 전혀 관혀하지 않은 A사이드는 팬들은 물론 페퍼톤스에게도 깜짝 선물 같은 사이드가 됐다.


"회사에서 '이런 분들을 섭외하겠다'라고 리스트를 보내줬을 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흔쾌히 참여해 준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중간 중간 스케치를 보내주시는데 고맙고 저희가 했던 일들이 영향력이 있었나보다 싶어서 뿌듯하더라고요. 10년 전에 했던 공연을 관객으로 왔다는 후배들도 있어서 시간의 힘이란 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신재평)


"저희는 B사이드에 들어갈 열 곡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처음부터 민망하고 겸연쩍어서 회사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해달라고 했어요. 초안 스케치가 와도 저희 노래를 리메이크한다는 사람한테 할 말이 없더라고요. 차라리 우리도 놀랄 수 있게 세팅을 해달라고 했어요."(이장원)





/사진=안테나
/사진=안테나


B 사이드는 오래된 테이프를 되감듯, 과거로 돌아가 세상에 미처 소개되지 못한 채 그대로 머물러 있던 노래들을 다시 꺼내 새롭게 구성한 앨범이다. 오래전 습작처럼 만들어 둔 데모부터 지난해 연말공연에서 선공개한 '코치', 가장 최근에 완성한 트랙까지 페퍼톤스의 삶 구석구석에 흔적들로 남은 10개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예전에 썼지만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미발표곡들을 모아봤어요. 반 이상은 예전에 썼던 노래예요. 어떻게 보면 '패자부활전'인데 애착이 가는 노래들을 모았어요. 10년이 훌쩍 넘은 노래라 B사이드는 회고록 같은 앨범이 만들어졌어요. 다 의미가 있는 곡들이지만, 청자가 들었을 때도 저희의 결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납득이 되는 곡을 골랐어요. 서로 하드를 찾아서 공유하면서 트랙리스트도 대여섯 번 바꿨어요."(신재평)


"10곡을 추리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예전에 나눴던 이야기가 있던 곡도 있고 없던 곡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한 번에 너무 많은 과거를 공유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어떤 밴드나 그렇겠지만 앨범에 실린 곡보다 많은 습작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것들이 선정되지 않은 데에는 제각각의 이유도 있을 것이고요. 저희는 둘 모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극심하게 반대한 곡도 있고 서로를 놀린 곡도 있었어요. 그걸 다시 꺼내는 게 쉬운 작업만은 아니었어요."(이장원)


B 사이드의 타이틀 '라이더스'는 페퍼톤스의 지난 시간들과 앞으로의 행보를 잇는 곡이다. '밤새도록 멈추지 않는 우리들의 노래, 수많은 시간을 함께한 오랜 친구 가자 도 다시' 등의 가사에는 멈추지 않고 달려온 페퍼톤스가 자신들과 팬들에게 전하는 찬사를 담아냈다.


"앨범을 기획하고 나서 만드는 과정에서의 생각과 정서를 담아서 만든 곡이에요. 앨범에 담긴 노래 중에는 가장 최근에 쓴 곡이에요."(신재평)


절망적인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기반했던 정규 7집 'thousand years',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서사적 특성을 내세운 정규 6집 'long way'와 비교해 이번 앨범은 그 특성상 서사적인 측면에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년간 함께 음악을 해온 페퍼톤스 자체가 가진 서사는 이러한 약점을 뒤덮는다.


"6집이나 7집처럼 관통하는 메시지, 소설 같은 이야기는 없어요. 다만 이번 앨범 전체에서는 우리 이야기를 해요. 우리가 이렇게 지내왔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거라는 의미죠. 엄청난 서사시는 없지만, '페퍼톤스 20년', 그 정도면 괜찮은 서사가 아닐까요?"(이장원)





/사진=안테나
/사진=안테나


카이스트 전산학과 99학번 동기 두 사람은 2004년 1집 'A PREVIEW'를 시작으로 20년째 페퍼톤스로 활동 중이다. 친구 사이를 넘어 가수라는 길을 함께 걸어온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 역시 애틋했다.


"19살에 처음 만나 23살에 페퍼톤스를 만들었고, 24살에 데뷔했는데 이제 44살이 됐어요. 친구로 지내고 일도 했는데 오랫동안 곁에 있으면서도 떨어져 나가지 않는 친구가 있는 게 좋아요. 같이 지내다 보면 멀어지는 사이도 있잖아요. 장원이와 저는 같이 일을 하는 동업자고 서로 부드럽게만 가지는 않았는데 나란히 앉아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를 잘 만난 것 같아요."(신재평)


"결혼 3년 차인데 배우자 다혜가 처음에는 '어떻게 친구랑 일을 하냐'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20주년이라는 말을 듣고 '친구랑 20년을 했다고?'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친구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처음에 저희는 멋 부리고 싶어서 밴드를 시작했거든요. '너희들 스타크래프트 할 때 우리는 음악 만들어'라는 느낌이죠. 아직도 '친구들끼리 재미있자고 만든 밴드'라는 콘셉트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직업이 됐지만, 그때의 기분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서로 열심히 이해하고 양보하는데 어렵지 않거든요. 저는 참 멋대로 살았는데 재평이가 저랑 같이 하고 싶어 해줘서 고마워요."(이장원)


페퍼톤스가 데뷔 앨범을 냈던 2004년과 비교하면 2024년의 음악 시장은 전혀 다른 시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숏폼 플랫폼을 공략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페퍼톤스 두 사람의 뚝심은 그대로였다.


"인스타그램, 틱톡이 뭔지까지는 아는데 거기서 수익이 좋은 음악이 뭔지는 잘 이해 못하고 있어요. 운이 좋아서 저희 노래가 사용된다면 기분 좋겠지만, 그것까지 고려하면서 음악을 만들기에는 아는 게 제한적이에요. 처음부터 그랬듯이 우리들의 독자적인 성격이 있는 음악을 내려고 생각해요."(이장원)


"최근에 릴스를 찍었어요. 사실 뭔지도 모르고, 마케팅 도와주시는 분들이 찍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셔서 찍었어요. 저희가 굉장히 고지식한 사람들이더라고요.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음악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래된 노포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인 것 같아요. 저희의 홍보 툴은 아직도 이메일이거든요. 최근에 회사에서 강하게 푸시를 해서 SNS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홈페이지도 20년 전 그대로고요."(신재평)





/사진=안테나
/사진=안테나


멋을 내기 위해 밴드를 시작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두 사람이지만,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생각만은 꾸미지 않은 멋이 드러났다. 페퍼톤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들만의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


"마치 적립식 펀드처럼 쌓여서 탄탄하게 다져진 리스너층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원동력도 그렇게 차근차근 저희만의 세계 구축해 나갔기 때문인 것 같아요."(이장원)


"위로를 받고 차분한 건 잘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희는 하려고 했던 것을 꾸준히 해나가면서 일관된 정서와 그 안에서의 변화를 가져갔던 것 같아요. 음악뿐만 아니라 이야기, 영화 등 모든 작품은 반복해서 접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 저희도 고민하고 있고요. 저희가 주제로 삼는 것들이 반짝하고 휘발되는 것들이 아니라 청춘, 희망 같은 주제들이라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남는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신재평)


20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한 페퍼톤스는 6월 22일과 23일 20주년 기념 단독 공연 'Party Plenty'를 개최한다. 페퍼톤스는 이 외에도 2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며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이번 음반뿐만 아니라 'Party Plenty'라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20주년을 상기시켜 줄 만한 공연과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연말까지 재미있는 일을 많이 만들어보려고 해요."(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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