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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수컷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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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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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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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이 세상의 수컷은 모두 스스로 자식을 낳을 수 없다는 약점을 안고 산다. 또 모름지기 유전자를 남김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 결국 암컷 앞에서 숙명적으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 성선택권(性選擇權)은 언제나 암컷에게 주어질 수밖에 없기에 수컷은 암컷 앞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구애행위를 보인다. 수컷은 성행위를 두려워하는 암컷을 진정시킬뿐더러 암컷에게 잘 보여 선택받으려고 처절히 노력하고 한편 암컷들도 수컷에게 잘 보이려고 맵시를 내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귀뚜라미, 매미, 개구리 따위들의 수컷 울음은 암컷을 꼬드기는 처절한 애모곡(愛慕曲)이다. 즉, 그것은 수컷들이 암컷들을 꾀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울어대는 절규요, 처절한 삶의 현장이다.

수컷이 '암컷 선택'(female choice)을 받으려면 빼어난 미(美)와 강인한 체력(體力)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몸은 죽어 썩는데 유전자(遺傳子, gene)는 후손의 몸에 영원히 남으므로 수컷은 내림물질인 유전자(DNA)를 후세에게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수놈이 아름다움과 힘으로 '성 선택'(性 選擇, sexual selectin)이 어려울 때는 선물공세로 암컷의 환심을 사려 든다. 밑들이(scorpion fly) 수컷들은 곤충을 잡아 암컷에게 선물하고 암컷이 그것을 먹는 동안 짝짓기를 한다. 또 갈매기를 비롯한 많은 새도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선물로 바친다. 또한 인간사회에서도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할 때 반지를 선물하고 장가를 가면서 집이나 가구를 바치는 일도 다른 동물들의 구애선물과 같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사마귀나 거미의 수컷은 교미 중 암컷에게 자신의 머리나 몸을 통째로 바친다.

또한 뉴기니와 호주 북부에 사는 노래새(명금류, 鳴禽類)인 바우새(정자새, bowerbird) 수컷들은 휴식처를 만들어 온갖 화려한 색깔의 물건이나 꽃으로 장식하고 갖은 교태를 부려 암컷들의 호감을 산다.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뭇 사내처럼 말이다.

남자들은 다분히 사기성이 짙은 말이나 허풍을 떨어 여자를 속인다. 남자는 재력과 권력을 얻기 위해 모든 술수를 부리고 그것을 뽐내고 뻐긴다. 그래서 수많은 동물 수컷과 남자는 자기 영역을 지키고 또 높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느라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살아간다.


다시 말해 암컷을 거느리는 수컷은 다른 수컷과 싸워 승리해 높은 사회 서열을 차지했다. 일례로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 사회에서도 암컷은 주로 계급이 높은 힘센 수컷을 배우자로 선택한다. 그래서 수컷은 늘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고 수컷끼리 죽기 살기로 싸움을 이어간다. 또 모든 생물은 '첫째가 생존이고, 남는 에너지를 모두 생식에 쏟는다'는 말은 참 옳다.

이른 봄 캐나다 동남부와 미국 동북부에서는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누룩뱀 수컷 수십 마리가 암컷 한 마리를 놓고 뒤엉켜 있다. 이때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컷 중에는 가끔 암컷 냄새를 풍기는 여장(女裝)한 수컷이 있으니 다른 수컷들이 자신을 암컷으로 착각하고 따라다니는 동안 진짜 암컷과 짝짓기하는 기발한 수컷이다.

그리고 대장질하던 사자나 원숭이, 코끼리 수컷들도 노쇠하면 무리에서 사정없이 쫓겨나고 사냥을 못해 굶어 죽고 만다. 그래서 '고려장'은 늙으면 당하는 수컷들의 숙명이렷다. 그러나 할머니는 고려장 감이 아니라 쫓겨나지 않는다. 손주들을 키우고 살림을 보살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귀뚜라미, 매미, 개구리 수컷들이 밤새 애써 울어대며 또 어떤 파리와 새는 암놈 먹일 곤충을 잡느라 힘쓰고 또 거의 모든 동물은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살다 보니 이렇듯 온갖 편법, 속임수를 써서라도 유전자를 남기려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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