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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압수 카페, 대화 금지 식당…뜻밖의 MZ 몰려든 곳[르포]

머니투데이
  • 김지성 기자
  • 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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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5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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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 공간 르포…"강한 자극서 멀어지고 싶은 심리 반영"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일식당 앞에는 대화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었다. 이곳에서는 식사 중에 대화를 할 수 없다.  안내문에는 "저희는 대화 금지 식당입니다. 서로를 위한 배려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오니 양해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사진=최지은 기자
24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북카페. 이 카페에서는 휴대폰 사용이 제한된다. /사진=김지성 기자
"휴대폰 무음이나 진동 모드로 바꿔주시고 이쪽에 맡겨주세요. 나갈 때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대로에서 걸어서 5분쯤 언덕을 오르니 북카페가 하나 등장했다. 카페 안에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강남역 일대 번화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말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인기척이라곤 책 넘기는 소리, 기침 소리뿐이다.


이 카페는 '핸드폰 전면 금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카페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현대인에게 분신 같은 휴대폰을 카운터 옆 보관함에 맡겨야 한다. 실내에선 노트북 사용도 제한된다.

대신 집중을 위한 각종 장비가 마련됐다. 카페 한쪽에는 책과 일회용 귀마개, 독서대, 담요, 머리 끈 등이 비치됐다.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소파는 통창을 향해 있다.

카페에는 손님 5~6명 앉아 있었다. 대부분 홀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딸과 함께 카페에 왔다는 40대 여성은 "북카페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곳"이라며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라 2시간 정도 책 읽고 간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핸드폰을 자진 반납해 불편을 느끼면서도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에 만족해한다고 했다. 취업 준비생 신모씨(27)는 "분위기가 엄숙할까 봐 용기를 조금 내서 왔다"며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 작은 소음에도 사람들이 예민하곤 한데 여긴 적당한 백색소음에 핸드폰을 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1)는 "오늘 아침에 비가 많이 오다 개면서 구름 걷히는 모습을 멍하니 봤다"며 "평소 같으면 득달같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 오히려 현재에 집중하게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카페 입구에 놓인 방명록에도 "스마트폰 없이 차분하게 책 읽고 혼공(혼자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아요", "습관적으로 핸드폰으로 찾게 되는데 억지스럽지만 집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등 후기가 적혔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북카페. 이 카페에서는 휴대폰 사용이 제한된다. /사진=김지성 기자
24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북카페. 이 카페에서는 휴대폰 사용이 제한된다. /사진=김지성 기자

휴대폰을 내야 하거나 대화를 금지하는 이색 공간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 인기를 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일대의 신촌 한 일식당 앞에도 대화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이곳에서는 식사 중에 대화를 할 수 없다. 안내문에는 '저희는 대화 금지 식당입니다. 서로를 위한 배려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오니 양해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식당 내부는 말소리 없이 고요했다. 밝은 풍의 재즈 음악 소리와 함께 이따금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만 들렸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해야 했다. 손님들은 일행이 아닌 정면을 보고 앉은 채 식사에 몰두했다.

해당 식당을 10여 차례 이용해봤다는 직장인 강모씨(36)는 "대화가 가능한 식당이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옆자리 대화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곳은 온전히 밥에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이라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다른 식당에 가는 것보다 이왕이면 이곳에 오게 된다"고 밝혔다.

이날 지인과 함께 식당을 방문한 직장인 김모씨(31)는 "혼자 올 때도 있고 다른 사람과 같이 오게 될 때도 있다"며 "일행과 함께 오면 대기하는 동안 이야기하고 밥 먹을 때는 굳이 말을 안 해도 되니 불편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눈치 볼 필요 없이 본인의 속도에 맞춰 식사할 수 있어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는 이들도 있었다. 혼자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은 김모씨(28)는 "혼자 밥을 먹을 때 더 편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식당 안에 대화하는 이들도 없어서 디톡스가 되는 느낌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강한 자극에서 멀어지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봤다. 전미영 서울대 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초연결 사회, 디지털 사회 등에 노출된 환경이다 보니 역설적으로 반대되는 환경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개인적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짧은 쉼을 부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측면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인 가구의 증가가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혼자 하는 일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화 금지 등 제약이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1인 가구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일식당 앞에는 대화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었다. 이곳에서는 식사 중에 대화를 할 수 없다.  안내문에는 "저희는 대화 금지 식당입니다. 서로를 위한 배려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오니 양해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사진=최지은 기자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일식당 앞에는 대화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었다. 이곳에서는 식사 중에 대화를 할 수 없다. 안내문에는 "저희는 대화 금지 식당입니다. 서로를 위한 배려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오니 양해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사진=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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