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막히자 신탁 수수료 '뚝'…금융권, 비이자이익 '먹구름'

5대 금융지주 1분기 비이자이익 1분기 신탁 수수료이익/그래픽=김현정

5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13% 가까이 감소했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 사태에 따라 파생상품 판매길이 막히자 신탁 수수료이익이 9%가량 줄었다. 금융권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은 뚜렷한 활로가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3조83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4조3821억원 대비 5509억원(12.6%)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12조590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1조8216억원)보다 7693억원(6.5%) 증가했다. '이자장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이자이익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자이익만 늘어났다.


지주별로는 KB금융이 1조2605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이자이익을 거뒀으나 1년 전과 견줘 18.7% 감소했다. NH농협금융은 5046억원으로 30.1% 급감해 낙폭이 가장 컸고 하나금융은 7787억원에서 8.5% 줄어든 7126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1조25억원을 기록하면서 0.3% 증가에 머물렀고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은 5.7% 증가했으나 규모가 가장 적은 3510억원이었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파생상품 판매를 중단한 여파가 비이자이익 가운데 신탁 수수료 실적에도 영향을 줬다. ELS, ELT 등 파생상품 판매는 신탁 수수료이익으로 비이자이익에 반영된다.

올해 1분기 5대 금융지주의 신탁 수수료이익 총합은 362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3981억원)와 비교해 8.8% 감소했다. 최근 수년간 신탁 사업에서 꾸준히 이익을 늘려온 것과 대비된다.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년 동안 신탁 수수료이익으로 총 1조6273억원을 벌어들였다. 2020년(1조3396억원)과 비교하면 3년 간 2877억원(18%) 이익을 키웠다.

금융권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의 해법은 요원하다. 예컨대 금융권은 PB(Private Banker) 브랜드를 확대하는 등 자산관리(WM)로 비이자이익 활로를 찾는 중이지만 손실 사태에 따른 불신이 걸림돌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금융권의 자산관리나 신탁 업무에 실망이 기대보다 더 큰 상황"이라며 "긴 시간을 두고 신뢰를 회복해야 수익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판매길이 막히자 금융권은 외환서비스 확대에 눈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환전수수료 무료' 경쟁으로 일각에선 '역마진' 우려도 나온다. 또다른 창구인 방카쉬랑스마저도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을 확대는 늘 염두에 두고 있지만 전반적인 금융환경이 불안한 상황"이라며 "금융이 비금융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도 규제들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사실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 새로운 사업을 찾는 식으로 숨 고르기를 하는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