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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채근담으로 본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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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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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사진=권다희 기자 /사진=권다희
ESG 개념이 우리 동양문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고 생활화돼 왔을까! 정작 우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서구의 개념을 표방하고 이해해온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면서 자주 들은, 하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채근담'을 펼쳐 봤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모든 생명을 귀히 여기라는 문구였다. '쥐를 위해서 늘 밥을 남기고(爲鼠 常留飯) 불나방을 가엾게 여겨 등불을 켜지 않는다(憐蛾 不點燈)'고 했으니 옛사람의 이와 같은 마음은 바로 우리 인생이 나고 자라는 한 점의 기틀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제사를 지내고 나면 할머니는 음식을 집 구석구석에 놓아두고 미물들도 함께 먹도록 배려하셨다. 미물과도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인식이셨던 것 같다. 채근담에서는 덧붙이기를 '이런 마음이 없다면 인간 또한 흙이나 나무와 같은 형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으니 사물과 자연을 아끼고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 인간만의 심성이라고 본 것 같다. 자본주의에서 주주(shareholder)의 이익만을 챙기지 않고 여러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다양한 이익을 조화시키라고 한 것보다 더욱 심오한 말씀이라 느껴졌다.


밝음은 어두움에서 생겨난다는 말씀은 인간의 발전의지를 잘 표현한 문구다. 굼벵이는 몹시 더러우나 매미로 변해 가을 바람결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에는 생명이 없는 듯 보이나 그곳에서 반딧불이 생겨나 여름밤을 빛낸다는 서정적인 표현을 보여주면서,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깨끗함은 더러움에서 나오고(潔常自汚出) 밝음은 늘 어두움에서 비롯된다(明每從晦生)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문구였다. 인간의 고귀함은 현실의 무가치한 것을 지양하며 가치로 지향하는 데 있으며 이런 가치지향성이 인간의 발전가능성을 더욱 북돋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2019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한다면서 자본주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의 '타임 포 리셋'(Time for Reset!) 운동을 주창했다. 이 정신은 대서양 건너 미국의 BRT 운동과 함께 그다음해인 2020년 다보스포럼의 '다보스 매니페스토 Ⅱ 선언'을 발표하게 만드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렇듯 깨끗한 것은 더러운 곳에서, 밝은 것은 어두운 곳에서 나오듯이 못난 사람이나 부족한 기업도 자신의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고자 하는 인간의 가치적 가변성은 동서양을 막론한 진리인 듯하다.

일을 행함에 있어 자신의 판단기준을 어디에 둬야 할지를 강조한 문구도 와 닿았다. 일을 논의하는 사람은 자신을 일의 밖에 두어(議事者 身在事外) 마땅히 이해의 실정을 알아야 하고(宜悉利害之情) 일을 맡은 사람은 자신을 일의 한가운데에 두어(任事者 身居事中) 마땅히 이해에 대한 우려를 잊어야 한다(當忘利害之慮)는 말씀이었다. 일을 논의할 때는 그 일에 대해 폭넓게 제3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고 또 직접 당사자가 된 때는 그 일의 결과와 이해관계에 사로잡히지 말고 오직 그 일에 몰두해 성취하도록 애써야 한다는 행동양식을 설명한 보석 같은 문구였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이성, 그리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실천을 위한 폭넓은 사고의 동양적 표현이라 하겠다. (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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