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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소리 끊기자 일손도 '뚝'…한국 경제의 미래, '여기'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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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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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00만 외국인력 시대, 우리 옆 다른 우리 <1회> (上)

[편집자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외국인 취업비자 소지자는 92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은 현재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인구절벽에 처해있고 2025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보여 외국 노동인력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받아들여야할 '현상'이 됐다. 100만 외국노동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가 '우리 옆 다른 우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지, 올바른 다문화 시대 조성을 위한 고민을 풀어본다.



20년뒤 '외국 일손' 250만…농촌·中企 일손부족에 외국인 찾는다


아기 울음소리 끊기자 일손도 '뚝'…한국 경제의 미래, '여기'에 달렸다
그래픽=최헌정
2022년 3527만명 대 147만명
2042년 2573만명 대 236만명


국내 생산연령인구 중 내국인과 외국인의 추세를 보면 엇갈린다. 20년후 내국인 생산가능인구는 27% 감소한다. 반면 외국인 생산가능인구는 60% 이상 증가한다.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력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는가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얘기다.


11일 통계청의 '내·외국인 인구추계(2022~2042년)'에 따르면 2042년 대한민국 총인구는 4963만명으로 2022년 5167만명에 비해 3.9%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의 인구 감소는 저출산에 따른 내국인 인구 급감의 결과로 풀이된다. 2042년 내국인 인구수는 4678만명으로 20년 전 5002만명에 비해 6.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국내 거주 외국인은 165만명에서 285만명으로 늘어난다.

경제활동의 주축인 생산연령인구를 보면 내국인 감소세와 외국인 증가세는 더 뚜렷해진다. 2042년 기준 15세에서 64세까지 생산연령인구 중 내국인은 2573만명으로 2022년 대비 27% 감소한다. 외국인은 147만명에서 236만명으로 60.5% 증가한다. 전체 생산연령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4%에서 2042년 8.4%로 두배 이상 증가한다.


농·어촌과 중소기업 산업현장에선 내국인 생산인구 감소, 외국인 노동 의존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번기 인력지원대책을 살펴보면 정부는 올해 농촌지역에 외국인력 6만1000명을 배정할 방침이다. 고용허가제에 따른 E-9(비전문취업) 비자 소지자( 1만6000명)와 계절근로 인력(4만5600명) 등이다.

지난해 외국인력 5만여명이 농촌에 투입된 것과 비교하면 1만1000명(21.7%) 늘었다. 2022년 2만2000여명에 그쳤던 농번기 외국인 인력은 2년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농촌 특성상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빠르게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농·어촌과 더불어 중소기업 취업이 잦은 E-9 비자 취업자는 2022년 21만명에서 지난해 26만9000명으로 28.1% 증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초 발표한 '2023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 애로 실태조사'에서도 올해 정부가 배정한 외국인 고용허가인원 16만5000명 외에 3만50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가 있는 만큼 단순히 취업비자를 확대하는 게 아니라 수요와 공급을 충분히 고려해 외국인 고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외국인 인력을 공급한다고 해서 내국인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오해가 있는데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해 내국인 일자리를 보장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일손)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반미, 필리핀 반셋…외노자 위해 '특급 식단' 만든 이곳[르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 줄리어스 메띵이 지난달 29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훈남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 줄리어스 메띵이 지난달 29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훈남
# 세 아들의 아빠인 필리핀 노동자 줄리어스 메띵은 매일 새벽 5시, 아침 기도로 일과를 시작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줄리어스는 필리핀에 있는 가족의 건강과 하루의 안전을 기원하고 조선소로 출근한다. 오른쪽 가슴에 필리핀 국기와 '줄리어스'라는 한글 명찰이 달린 작업복을 입고 도장(페인팅) 작업을 시작한다. 페인트가 곳곳에 묻은 작업화와 작업복 차림을 하고 만난 줄리어스는 "한국에 가족을 데리고 와 함께 사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조선소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조선업 경기가 최근 되살아나면서 부족해진 일손을 외국인 노동자가 메운다. 도장같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부터 사전 교육과 전문 지식이 필요한 용접, 전기 배선까지 다양한 공정에서 외국 일손이 활동 중이다.

사뭇 '다른' 동료를 맞이한 조선업 현장도 변하고 있다. 기본적인 언어와 직무 교육은 물론 식단과 조직문화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동료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 조선업 현장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앞둔 우리 사회가 외국인 '동료'와 함께 살기 위한 시범 사업장으로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구내식당에 등장한 '특별' 식단, 외국인 동료를 위한 세심한 배려까지

지난날 29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외국인 직원과 한국인 직원이 한자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지난날 29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외국인 직원과 한국인 직원이 한자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지난달 29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때마침 점심식사 시간이어서 조선소 내 구내식당을 찾았다. 1층에선 국밥, 3층에선 춘천막국수와 닭갈비 식단으로 배식 중이었다. 4층에선 김치찌개와 햄버거 두 메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줄리어스는 이날 동료와 함께 해외식 메뉴를 선택했다. 바게트빵에 속을 채운 음식은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를 떠올리게 한다. 감자튀김과 수프, 음료 등을 함께 담아 자리를 찾아 식사를 시작했다. 오전 작업의 고됨을 보여주듯 접시가 금세 바닥을 드러냈을 때 식당 직원은 줄리어스 일행에게 김치찌개 식단의 메뉴였던 제육볶음을 '서비스'로 내밀었다.

HD현대중공업이 '해외식'을 제공하는 건 최근 증가한 외국인 노동자의 입맛을 조금이나마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회사에 따르면 4월 기준외국인 노동자 4300명이 일하고 있다. 인근 같은 계열사인 HD현대삼호 조선소(3400명), HD현대미포(2600명) 등 HD한국조선해양 계열 조선소에만 1만300명의 외국인이 근무한다.

2022년말 기준 3사 합계 외국인 노동자가 4300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정부가 지난해 조선업 인력난 대책으로 E-9(비전문취업) 비자 쿼터를 확대한 결과다. 줄리어스 역시 지난해 10월 취업비자 확대 때 한국에 들어왔다. 필리핀 막콜로시티에서 2주가량 언어교 육을 받고 한국어 능력시험인 EPS토픽에 합격하면 한국 입국이 가능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급증에 따라 회사의 맞춤형 지원도 확대됐다. 외국인 노동자가 현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원과 안전교육, 업무 등 각 분야에 통역을 지원했다. 베트남 언어를 하는 통역원만 30명 넘게 일한다. 입사 시 건강검진을 포함한 각종 서류 신고업무를 지원하고 현장 배치 전후 직무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시행한다.

조선소 구내식당에선 기존 식단과 함께 해외식(월드키친) 메뉴를 준비한다. 태국요리나 쌀국수, 할랄푸드 등 외국인 노동자가 고국에서 접했던 메뉴들이다. 줄리어스는 "고향에서 먹는 '반셋'(우리 잡채와 비슷한 필리핀 음식)과 '다도보'(필리핀식 갈비) 같은 메뉴를 찾을 수 있다"며 "해장국이나 김치찌개같은 한국음식도 처음엔 매워서 잘 못 먹었지만 지금은 즐길 정도"라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 외국인 인력 현황/그래픽=이지혜
HD한국조선해양 외국인 인력 현황/그래픽=이지혜

◇다양한 직무·언어·안전 교육…계속 '동료'로 일할 수 있게

식사를 마치고 차로 5분여 이동하니 '뿌리아카데미'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HD현대중공업 협력사 직원과 외국인 노동자 교육을 위한 장소다.

이날 오후 3시20분에는 용접파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교육이 진행됐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의 경우 현장에 바로 투입되지만 용접처럼 상대적으로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의 경우 일정 수준이상 실력이 필요한 탓이다.

국내 입국 전 용접 기술을 배운 노동자라도 조선 현장에서 일하고 품질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사내 재교육이 필수라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에서 용접 교육을 받거나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현장 투입을 위해 4주간 추가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교육에선 한국에 들어온 지 2~4달가량 된 외국인 노동자 12명이 가스절단과 전기용접 실습 수업을 받았다. 작업 자체로도 위험하고 작업결과가 배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만큼 "그렇게 (작업)하면 안돼"라며 엄격한 목소리가 오가기도 한다.

베트남 북부 하이퐁 출신의 25살 동갑내기 동네 친구 응웬티 허이투와 웬티투 리에우는 E-7(숙련기능인력) 비자로 HD현대중공업 협력사에 취업해 일하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한국문화에 빠져 2019년 유학을 결정하고 한국 전문대학을 마친 뒤 곧바로 취업해 전기파트에서 교설(엔진에 깔린 전기신호를 연결하는 것) 작업을 하고 있다.

허이투는 "회사에 들어오니 외국인 노동자 그룹이 있고 입사 때 선배들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며 "입사 과정에서도 회사 직원과 학교의 도움을 받아 큰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에우는 "입사할 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한국 사람, 베트남 사람 구분없이 동료로 도와주니 불편함이 해소됐다"며 "5년간 한국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 고민을 물으니 "한국에 더 있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리에우는 "현재 E-7 비자로 한국에 체류 중인데 F-2(거주권) 비자로 바꾸는 게 목표"라며 "보다 더 발전한 나라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한국에서 오래 살고 싶고 가족을 초청해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허이투 역시 "F-2 비자를 취득하고 나아가 F-5(영주권)을 얻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일하고 이곳에서 친구를 만들고 가족과도 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두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력사 지테크의 진은영 팀장은 "팀원 전체 11명 중 4명이 베트남 친구들이라 '험담을 해도 모르니 일할 땐 한국말로만 하자'고 농담도 한다"며 "한국 사원과 함께 섞여 일을 하는데 큰 문제 없이 현재로선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내 교육시설인 &#039;뿌리아카데미&#039;에서 외국인 직원들이 용접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김훈남
지난달 29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내 교육시설인 '뿌리아카데미'에서 외국인 직원들이 용접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김훈남


아기 울음소리 끊기자 일손도 '뚝'…한국 경제의 미래,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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