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KT 벤치클리어링 '전말 공개'... 왜 류현진 "미안하다" 사과에도 끝내 경기 후 폭발했나 [수원 현장]

5일 경기가 종료된 이후,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 선수간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KT 장성우가 분노하며 한화 선수단으로 돌진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 선수들의 5일 벤치클리어링 모습. /영상=티빙(TVING) 제공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 선수들이 5일 경기가 끝난 뒤 충돌하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사진=김우종 기자

김경문 감독 부임 후 2연승을 달린 한화 이글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KT 위즈 선수들과 충돌하면서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화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KT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장단 17안타를 몰아친 끝에 12-2 완승을 거뒀다. 한화는 5-2로 앞선 8회초 홈런 2방을 포함해 대거 7득점을 올리는 빅이닝 끝에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 승리로 한화는 2연승에 성공했다. 한화는 26승 32패 1무를 기록, KT를 8위로 내려 앉히고 7위로 도약했다. 반면 KT는 26승 33패 1무로 2연패에 빠졌다. 한화와 KT의 승차는 0.5경기가 됐다. 이제 6일 경기에서 한화는 류현진(37)을 선발로 앞세워 시리즈 스윕에 도전한다. 반면 KT는 엄상백을 내세워 반격에 나선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경기 후 "황영묵이 톱 타자로서 수비와 공격에서 맹활약을 해줬고, 데뷔전을 치른 바리아는 내용은 나쁘지 않았기에 앞으로 기대가 된다"고 칭찬했다.

이날 벤치클리어링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상황은 8회말에 벌어졌다. KT가 2-12로 뒤진 8회말. 선두타자 9번 신본기 대신 대타 김상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도 투수를 한승혁에서 박상원(30)으로 교체했다. 동시에 포수까지 최재훈에서 박상원으로 바꿨다. 박상원은 김상수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와 2구째 볼에 이어 3구부터 세 차례 파울을 유도했다. 결국 6구째 속구를 바깥쪽으로 뿌리며 김상수의 배트를 뒤늦게 헛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때 박상원이 오른 다리를 크게 휘저은 뒤 자신의 오른손으로 왼손에 끼고 있던 글러브를 강하게 치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박상원이 8회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격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영상=티빙 제공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MBC스포츠플러스의 해설위원은 한화 이글스 단장 출신의 정민철 위원이었다. 이 장면을 놓고 정 위원은 "박상원의 성향 자체가 그렇다. 과거에도 기합 소리 때문에 이슈가 있었다. 상대를 자극하는 게 아니라면, 본인의 루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끝난 뒤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KT 황재균(왼쪽)이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끝난 뒤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한화 박상언(왼쪽에서 세 번째)이 감정을 드러내자 KT 쿠에바스(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말리고 있다.

다음 타자는 1번 로하스. 풀카운트 접전 끝에 6구째. 박상원이 던진 포크볼이 로하스의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면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번에도 박상원은 오른손으로 글러브를 때리며 다시 한번 기쁨을 만끽했다. 정 위원은 "프로 선수라면, 상대를 자극하거나 선 넘는 게 아니면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박상원은 계속해서 김민혁을 초구에 2루 땅볼로 유도한 뒤 재차 손으로 글러브를 치면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박상원이 8회 로하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영상=티빙 제공

9회초 한화의 공격을 앞두고 중계화면에 잡힌 화가 난 KT 장성우와 사과의 뜻을 전하는 한화 류현진. /영상=티빙 제공

그리고 9회초 한화의 공격을 앞두고 장성우(34)가 매우 흥분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이에 류현진은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린 채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입으로 손을 가져가며 "내가 잘 이야기할게"라는 뜻이 담긴 제스처까지 취했다. 이후 한화 주장 채은성과 베테랑 하주석, 안치홍도 박상원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건넸다. 계속해서 정 위원은 "특정 대상을 향한 선 넘는 행동인가, 아니면 본인의 제스처인가. 그 문제다. 그런데 박상원은 고함(코로나19 무관중 경기 시절) 이슈도 끊임없이 있었다. 분명 류현진이 경기 후 박상원과 대화를 나눌 것이다. 10점 차라 잘못된 행동과 상관없는 행동 사이에 있는 애매한 환경"이라고 전했다.

결국 충돌 상황은 9회말 KT의 공격 종료와 함께 경기가 끝난 뒤에 벌어졌다. 양 팀 선수들이 각자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그라운드 위로 나왔다. 그런데 일부 KT 선수들은 류현진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황재균(37)이 "야, 이리 와봐"라며 박상원을 불렀고, 이에 박상원도 다가가다가 양 팀 선수들이 엉겨 붙으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먼저 흥분하며 한화 선수들을 향해 다가는 황재균을 쿠에바스와 최만호 KT 코치, 안치홍 등이 막아섰다. 이날 황재균은 2회 포구에 실패하는 실책성 플레이를 범한 뒤 2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 선발 한차현이 8번 장진혁과 승부하던 도중에 문책성 교체를 당하며 경기에 일찌감치 빠져 있었다. 황재균이 흥분하자 박상원도 KT 선수단 쪽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서 KT 쿠에바스가 가장 가까이서 붙은 채로 말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곧이어 KT 포수 장성우가 한화 선수들이 있는 쪽을 향해 돌진하려다가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최재훈이 장성우를 잡으며 말렸다. 류현진은 우규민을 끌어안으면서 감정을 가라앉히게 도왔고, KT는 최고참 박경수가 나서 선수들을 통제했다. 이어 김경문 감독이 이강철 감독에게 다가간 뒤 인사를 나누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결국 양 팀 감독이 홈플레이트 근처로 와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다행히 더 큰 충돌 없이 상황은 종료됐다.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끝난 뒤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양 팀 선수들이 엉킨 모습.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끝난 뒤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두 팀 선수들이 대치하는 모습.

한화 구단 관계자는 벤치클리어링 상황에 대해 "박상원이 (8회에) 아웃을 잡은 뒤 세리머니로 KT 벤치에서 불쾌해하면서 류현진 등 베테랑들이 미안하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면서 "경기가 끝난 뒤 KT 선수가 박상원을 따로 부르는 과정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KBO 리그는 세리머니에 관대한 편이다. 타자들의 이른바 '빠던'으로 불리는 배트 던지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대가 바로 한국 야구다. 반대로 투수들의 세리머니나 포효 등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박상원 역시 KT 선수들을 자극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박상원은 지난 시즌 한화 이글스의 뒷문을 책임지는 클로저였다. 다만 올 시즌에는 20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7.64로 주춤한 상황. 2군도 2차례 다녀오는 등 재조정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한화는 사령탑이 바뀌었다. 박상원은 전날(5일 경기에서 ⅔이닝 1탈삼진 투구와 함께 홀드까지 챙겼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는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해냈다. 그렇게 신임 감독 앞에서 더욱 의욕이 넘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는 앞서 정 위원이 언급한 대로 '10점 차'로 점수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었다. KT 선수들은 이미 사실상 백기를 든 거나 다름없는데, 결과적으로 박상원의 그런 세리머니가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상대를 자극하는 모양새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야구에서 벤치클리어링은 큰 점수 차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잦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구단을 통해 "야구는 하면서,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한다. 경기 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내가 더 가르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5일 승리 후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