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도에도 없다" 동탄서 여청강력팀=비밀조직?…"단순 실수" 해명

아파트 내 헬스장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성범죄자로 몰렸다는 남성이 자신의 억울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남성이 이용했던 단지 내 헬스장 화장실 입구. /사진=유튜브 채널 억울한 남자 갈무리

강압수사 논란을 낳은 동탄 헬스장 성범죄 사건을 담당한 화성동탄경찰서 여청강력팀이 조직도에도 없는 비공개 조직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관계자가 "홈페이지상 단순 누락"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청강력팀이 최근 신설된 조직인데, 조직도가 예전 버전이라 단순히 빠져 있었다는 것.

화성동탄경찰서 '여청강력팀'이 화제가 된 것은 지난 1일 여청수사팀장인 강동호 경감이 자신의 블로그에 '실명 입장문'을 올리면서다. 이번 사건의 담당자라고 오해받은 강 경감은 "저희 팀원들과 가족, 자녀들이 이 일로 너무나 고통스러워해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입장문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화성동탄경찰서에는 '여청강력팀'과 '여청수사팀'이 있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헬스장 화장실 사건은 여청강력팀이 수사했다. 그런데 조직도상 여청강력팀이 표기가 돼 있지 않아 여청수사팀이 대신 뭇매를 맞고 있다는 게 강 경감의 주장이다.

그는 "여청 강력팀이 사이버 폭력을 당하며 힘들어하는 여청수사팀 뒤에 비겁하게 숨어있었다"며 "무고 피해를 본 남성에게 보낸 사건 종결 통지도 '여청수사1팀' 명의로 가면서 여청수사1팀이 사건의 당사자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강 경감의 글이 확산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여청강력팀'에 대한 의심이 증폭됐다.


한 누리꾼은 "민간인에겐 공개하지도 정보를 주지도 않는 비밀경찰 부서인데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물증도 없이 입건해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대외적으로 공개된 여청팀을 방패막이 세울지언정 절대 드러내지 않는 비밀부서다. 이거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잖아"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여청강력팀 팀장이 여자인데, 그간 무리한 수사를 하느라 사고를 많이 쳤다. 그런데 서장이 비호를 해주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모영신 경기남부청 여성안전과 여청수사계장은 "제기된 의혹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 계장은 '여청강력팀'이 조직도에 없는 비공개조직이냐는 질문에 "2022년에 전국 일급지 경찰서에 '여청강력팀'이 신설됐는데 동탄경찰서 홈페이지에 아직 그 부분이 반영이 안 된 것 같다. 이번에 논란이 된 만큼 경찰서 홈페이지 관리자가 최근 버전으로 즉시 변경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2일 이른 아침까지 동탄경찰서 홈페이지 조직도에 드러나지 않던 여청강력팀은 11시를 전후로 조직도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여청수사팀 내 세부 조직까지 낱낱이 적었다.

화성동탄경찰서 홈페이지 내 조직현황(수정 전)/사진=화성동탄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화성동탄경찰서 홈페이지 내 조직현황(수정 후)/사진=화성동탄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사건 종결 통지가 '여청수사 1팀' 명의로 간 이유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을 여청강력팀이 담당한 것이 맞다"라며 "그러나 온라인에서 동탄경찰서 홈페이지에 '강압수사' 관련 글이 올라오는 등 대상자가 해당팀 수사관들을 불신하면서 공정성, 객관성을 갖고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수사팀을 여청수사 1팀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모 계장은 "강동호 팀장은 지난해 여성수사1팀 팀장이었지만 현재는 아니다. 그런데 작년 강동호 팀장 팀이 특진한 내용이 기사로 나간 적이 있어서 누리꾼들이 강 팀장과 그 팀원들을 지목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동호 화성동탄경찰서 여청수사팀장이 올린 입장문. /사진=블로그 캡처

여청강력팀 팀장이 여성이며 경찰서장이 비호하고 있다는 루머와 관련해서는 "일단 여청강력팀 팀장이 여자라는 것부터 사실이 아니다. 정년을 앞둔 남자분"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명 '동탄 헬스장 화장실 사건'은 지난달 23일 화성시 한 아파트의 헬스장 옆 여자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용변을 보는 자신의 모습을 훔쳐보고 성적 행위를 했다는 50대 여성의 신고로 시작됐다. 경찰은 방범 카메라 분석 등을 통해 20대 남성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나섰다.

A씨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은 범인으로 단정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됐다. 당시 경찰관은 "방범 카메라 보니까 본인으로 확인됐어" "떳떳하면 가만히 계시면 돼요" 등의 말을 했다.

A씨는 유튜브 채널에 경찰과의 대화 내용을 올렸고 지난달 27일 경찰에 50대 여성이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다량 복용하면 없는 얘기를 할 때도 있다"며 허위 신고 사실을 자백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화성동탄경찰서는 A씨의 입건을 취소하고 이 여성을 무고 혐의로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