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재점화 되나…'키맨' 신동국의 변심

한미사이언스 지분 보유 내역/그래픽=김현정

한미약품 (287,000원 ▲8,500 +3.05%)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송영숙 회장이 장·차남에게 넘어간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손을 잡으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33,700원 ▲500 +1.51%)는 지난 3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이 송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의결권공동행사약정)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매 이후 지분율은 모녀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신동국 회장 등이 48.19%로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 형제인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는 각각 12.46%, 9.15%를 보유하고 있다. 형제 측의 자녀 지분까지 합쳐 약 24%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극적으로 승기를 잡았던 형제 측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현재 지분 상황으로는 모녀 측이 다시 이사진을 구성하고 경영권을 장악하기에 충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후 부과된 상속세 문제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올해 초 모녀 측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모녀와 형제간 갈등이 깊어졌다. OCI그룹과의 통합을 반대한 형제 측이 임시 주총에서 표 대결 끝에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형제 손을 들어준 것도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당시에도 마지막까지 형제와 모녀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의 극적인 결정으로 형제 측이 승기를 잡았지만 아직 한미약품 대표이사 자리는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달 18일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형제가 이사진으로 선임됐지만 예정됐던 이사회는 개최되지 않았다.

형제 측은 임시 주총을 통해 신 회장을 이사진으로 합류시키며 보답하는 듯했지만 신 회장이 결국 다시 모녀 편을 들면서 경영권 분쟁이 다시 시작됐다. 신 회장은 모녀 측과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송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가족의 큰 어른으로서, 신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막역한 고향 후배로서 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 "이번 계약을 전격적으로 합의한 만큼,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어떠한 외풍에도 굴하지 않는 건실한 기업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미래를 시사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이런 결정 배경엔 결국 형제 측의 지분 매각 시도와 미진했던 상속세 재원 미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형제 측은 경영권을 잡은 이후 구체적인 상속세 마련 방안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또 사모펀드 등을 통해 지분 매각을 시도한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결국 모녀 측은 신 회장과의 계약을 통해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했다. 모녀 측은 "이번 계약으로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정당한 주식 가치 평가를 방해했던 '오버행 이슈'도 해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

향후 모녀와 형제간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경영권 집단의 매각이 아닌 모녀 자체의 계약인데 경영권 자체가 넘어가 전문 경영인 체제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형제 측은 공시, 계약 관련 법적 문제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