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참여' 국제핵융합로 완공, '2025년→2034년 이후' 연기

한국, 일본, EU 등 전 세계 7개국이 참여해 프랑스 남부에 건설 중인 세계 첫 거대 핵융합 발전기 'ITER'의 내부 모습 /사진 제공=ITER

한국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인공태양'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완공 시기가 당초 2025년에서 2034년 이후로 연기된다.

프랑스 르 몽드,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 다수 매체에 따르면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사무총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TER의 완공이 기술적 결함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수급 문제 등으로 9년 미뤄져 "2034년 첫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ITER는 '핵융합 발전' 구현을 위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다.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미래형 신재생 에너지로 꼽힌다. 한국, 러시아, EU(유럽연합), 인도, 일본, 중국 등이 참여해 2007년부터 프랑스 남부의 카다라슈에 대형 실험로를 짓고 있다.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3일 열린 간담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 및 품질 관리가 지연됐다"며 "2025년 완공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기술적 결함도 발견됐다. 열 차폐체 냉각용 수도관에서도 균열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해당 부품 제조를 맡은 한국 측 설계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 주도로 ITER의 핵융합로 핵심 부품 설계, 초전도핵융합장치 조립 및 운영 등에 참여하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3일(현지시간) "전 세계에서 복잡한 구성 요소를 구축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2년엔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NS)이 방사능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ITER 건설이 중단된 바 있다. 핵융합 반응에서 생성되는 고에너지 중성자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핵융합은 태양이 빛과 열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모사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가벼운 중수소와 삼중수소 원자핵을 1억도 이상의 초고온에 가둬놓고 매우 빠른 속도로 충돌시키면, 원자핵들이 서로 융합하며 무거운 헬륨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터빈으로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핵을 분열시켜 에너지 얻는 원자력발전과는 반대 개념으로, 폭발 위험이 낮고 방사능 오염 우려가 적은 발전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태양 중심 온도보다 10배 높은 초고온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이 매우 까다로워 아직 실제 발전 단계까지 구현되지 못했다.

ITER는 1985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맺은 제네바 정상회담에서 시작됐다. 이번에 완공이 9년 더 미뤄지며, 사실상 첫 계획부터 완공까지 50년 이상 소요되게 된 셈이다.

한편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일정 연기에 따라 ITER 건설에 "50억 유로(약 7조 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