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뚝'…비만치료제 대신할 신기술 나왔다

연구팀이 식욕 억제 유도를 위한 전기 자극 치료 연구를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전기연구원

국내 연구팀이 전기로 생체 신경을 자극해 식욕을 줄일 수 있음을 임상적으로 증명했다. 스트레스 등 감정 변화로 인한 과식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기연구원(전기연·KERI)은 신기영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서울대병원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대뇌 피질을 전기로 자극해 식욕을 억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7일 밝혔다.


'경두개 불규칙 신호 자극(tRNS)'라는 이름의 이 기술은 배외측전전두엽의 피질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이다. 배외측전전두엽은 뇌 앞쪽에 위치한 부위로 계획 수행, 융통성 등의 사고를 담당한다.

tRNS의 핵심 기술은 △원하는 특정 부위에 알맞은 전기 자극을 정확하게 줄 수 있는 기술 △전극이 머리카락 사이 공간으로 잘 침투해 두피와 접촉하도록 하는 전극 기술 △전기 자극이 목표 지점에 잘 전달돼 두뇌의 활성도에 변화를 줬는지 확인하는 모니터링 기술 등이다.

관련 연구를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신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최형진 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과 함께 tRNS 자극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tRNS 자극이 식욕을 줄이는 데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먼저 tRNS를 받는 그룹 30명, 위약(가짜약) 그룹 30명으로 구성된 임상 시험 대상을 구성했다. 참가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이어 2주에 걸쳐 2~3일 간격으로 총 6회, 1회당 20분씩 전기 자극을 실시했다. 전류는 사람이 거의 느끼지 못하는 2밀리암페어(mA) 수준이었다.

그 결과 tRNS 치료받은 그룹의 식욕, 먹고자 하는 의향, 배고픔이 위약 그룹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감정에 따른 섭식 변화를 치화를 치료하는데도 효과가 있었다. 스트레스, 우울, 불안, 기쁨 등 감정을 처리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경향이 크게 줄었다.

연구팀은 "임상이 2주만 진행돼 장기적인 체중 감소 효과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전기 자극으로 식욕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임상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신 책임연구원은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은 전기 자극 치료 장비가 상용화되면 병원이 아닌 집에서도 매일 쉽고 간단하게 식욕 억제 관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어서 추가 연구와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중점추진과제 1단계' 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전기연은 2단계 사업 등 후속 연구를 통해 개발 기술을 학술적·임상적으로 검증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