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최강야구' 좌완 4⅔이닝 노히트→KKKKKK쇼, 8G 만에 감격의 첫 승... "한번 더 보겠다" 감독 믿음에 부응

롯데 정현수가 30일 고척 키움전 종료 후 자신의 첫 승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의 루키 좌완 정현수(23)가 8경기 만에 1군 무대 첫 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앞선 경기에서 흔들렸지만 기회를 다시 준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했다.

정현수는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1군 무대 3번째 선발 투구였다.


1회 초부터 손호영의 투런포 등 3점의 득점지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정현수는 첫 타자 이주형과 8구까지 가는 어려운 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3루수 뜬공을 유도했다. 김혜성을 2루수 땅볼로 잡은 데 이어 3번 송성문에게도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회에는 선두타자 최주환의 타구를 잡은 1루수 나승엽이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던 정현수에게 악송구를 하며 주자를 내보냈다. 이어 다음 타자 변상권 타석에서 나승엽이 파울 플라이 실책을 저질러 아웃카운트를 못 잡았다. 하지만 변상권의 1루 땅볼 때 최주환이 아웃됐고, 이후 김재현과 장재영에게 연속 삼진을 잡으며 고비를 넘겼다.

정현수의 호투는 계속 이어졌다. 3회에는 김병휘와 이주형을 삼진으로 잡아내 다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고, 4회 역시 최주환에게 볼넷을 내준 걸 제외하면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주무기인 커브와 슬라이더가 제대로 작동하며 그리 빠르지 않은 패스트볼 역시 위력을 더했다.

롯데 정현수가 30일 고척 키움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흐름을 탄 정현수는 5회 7번 장재영 타석까지 단 하나의 안타를 맞지 않으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2사 후 김병휘에게 왼쪽으로 향하는 2루타를 맞아 노히트 행진은 마감됐지만, 원성준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해 이닝의 문을 닫았다.

5회까지 82구를 던진 정현수는 6회 시작과 함께 진해수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내려갔다. 롯데 불펜진이 6회 2실점을 기록했고, 9회에도 만루를 만드는 등 불안한 투구가 이어졌다. 하지만 2회 2번의 실책을 저질렀던 나승엽이 7회 쐐기 3점 홈런을 터트리면서 정현수를 도와줬다. 결국 팀이 8-2로 승리하며 정현수는 선발승을 챙겼다.

이날 정현수는 5이닝 1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가 프로에서 5이닝을 소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선 2번의 선발등판에서 발목을 잡았던 4사구 역시 볼넷 하나만 나왔을 뿐 억제에 성공하면서 위기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부산고-송원대를 나온 정현수는 지난해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의 최강 몬스터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후 그는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에 지명을 받았다.

롯데 정현수가 30일 고척 키움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시즌 초반 담금질을 거친 정현수는 6월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첫 선발등판에 나섰지만 2⅓이닝 3피안타 5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올해 3번이나 1군에서 말소된 그는 4번째 콜업 후 지난 18일 사직 키움전에서 구원등판해 3⅓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엄청난 투구를 보여줬다. 결국 김태형 감독도 선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정현수는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달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1회부터 만루를 만드는 등 위기에 몰렸고, 초반 7점의 득점지원에도 과감한 투구를 펼치지 못했다. 결국 그는 3이닝(79구) 5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3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다음날 김 감독은 "내용이 안 좋았다. 너무 도망가는 피칭을 하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현수를 키움전에 선발을 해보고 한번 더 봐야겠다"며 또다시 선발 기회를 줬다. 그리고 정현수는 다시 찾아온 기회를 살리면서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롯데 입장에서도 반가운 호투였다. 이날 경기를 이기면서 2연승을 달린 롯데는 같은 날 패배한 5위 KT 위즈와 승차를 3경기로 줄였다. 5강 싸움에 있어 희망을 볼 수 있게 됐다.

롯데 정현수가 30일 고척 키움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