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효과 뺐더니 이럴수가!…"전기차 위기 9월부터" 말 나오는 이유

2024년 9월 중고 전기차 판매 시세/그래픽=이지혜, 자료제공=첫차

"전기차 화재 영향을 제대로 살피려면 9월 판매량을 봐야 한다. 위기는 이번 달부터 시작될 수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팔았다. 인천에서 발생한 대형 전기차 화재사고에도 판매량이 되려 늘었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데, 자동차 업계는 '8월이 아닌 9월 판매량'을 주목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신차 효과가 걷힌 화재 이후 진짜 전기차 성적을 봐야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가 지난 8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각각 4800대, 6102대였다. 지난 7월 대비 22.9%, 8.6% 증가했지만 현대차는 판매량의 34.2%(1439대)가 캐스퍼 EV였고 기아는 65.5%(4002대)가 EV3다.

기아의 EV3는 지난 5월, 현대차의 캐스퍼 EV는 지난 7월 출시된 신차다. 두 모델의 지난달 판매량에는 사전예약 물량이 상당하다는 게 완성차 업계의 분석이다. 두 신차를 제외한 기존 전기차의 판매량은 대부분 감소했다. 기아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EV6와 EV9의 판매량은 각각 559대, 92대에 불과하다. 지난 7월 대비 판매량이 각각 55.4%, 42.9% 급감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도 지난달 1222대가 팔리며 전월 대비 판매량이 30.7% 감소했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의 국내 판매량 역시 지난 7월 대비 51.5% 감소한 377대를 기록했다. 토레스EVX는 정부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수요가 없었던 1월(27대) 이후 올해 들어 가장 적게 팔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차 효과를 빼고 나면 전기차 판매 상황은 생각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현상)에 포비아 현상이 겹치면서 당분간 판매량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신차효과가 없는 중고차 시장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중고 전기차 가격은 하락세가 완연하다. 중고차 플랫폼 '첫차'는 지난달 거래량이 많았던 전기·하이브리드 중고차 20종을 선정해 출고 6년 이내, 10만 km 이하 주행거리를 보유한 매물의 시세를 살핀 결과, 기아 쏘울 EV를 제외한 전기차 전 모델의 시세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화재 사건으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된 벤츠 EQE 350+ 모델의 경우, 23년식 기준 현재 최저 5790만~6800만원 사이에 중고차 시세가 형성돼 있다. 1억380만원에 달하는 신차 가격과 비교하면 출고 이후 1년 만에 44% 급락한 것이다.

중고 전기차 중 가장 수요가 높은 테슬라 모델 3 역시 2021년식 롱 레인지 기준 전월보다 6% 떨어졌다. 모델 Y 롱레인지도 4.7% 떨어져 최저 4340만원에서 5049만원 사이에서 팔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량을 봐야겠지만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에 대한 분위기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전기차에 불리한 정책이 추가로 시행될 경우 당분간 전기차 수요는 절벽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의 8월 실적 발표는 4일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