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11일 이사회…최윤범 회장 '선택의 시간' 왔다

[서울=뉴시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려아연,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 상향 여부에 관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결단만 남았다. 금융당국의 조사와 경고 탓에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상향하지 않는다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 11일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1일 오전 8시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과 물량 등에 관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최윤범 회장측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도 이사회를 열어 가격과 물량 관련 안건을 다룬 상태다. 11일 고려아연 이사회를 기점으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관한 최윤범 회장측 선택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종료일은 각각 이달 23일, 21일이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경우, 그 시점부터 공개매수 종료일은 10일 연장된다. 이를 감안하면 최 회장이 현재 종료일인 23일, 21일을 유지한 채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한은 11일 까지다. 11일 이후 가격을 올려 공개매수 종료 시점이 연장되면 MBK·영풍과 벌이는 경영권 분쟁에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는 기간도 더 늘어난다.

MBK는 이미 모든 패를 펼쳤다. 고려아연,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며 '현재의 공개매수 가격에서 더 올리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명분을 강조해 주주들이 MBK측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우선 각각 83만원, 3만원인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버리는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패배할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현재 MBK측의 고려아연,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14일이다. 최 회장측 종료일인 23일, 21일보다 빨리 마무리 되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선 같은 가격이라면 먼저 사준다는 MBK·영풍 측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영풍정밀은 MBK측 매수 예정 물량이 최 회장측 보다도 많다.

공개매수에 응할 주주들에 대한 세금 조건도 최 회장측이 다소 불리하다. 주주들이 MBK측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응하면 세율 22~27.5%의 양도소득세를 물게 된다. 반면, 최 회장측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경우엔, 자사주 매입이어서 최저 세율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게 된다. 최저 세율만 보면 최 회장측이 유리한 듯 보이지만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이 넘는 개인투자자는 최대 49.5% 세율을 부담해야 한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양도세 원천징수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배당에 대해서는 10~22.5% 세율을 부담한다는 점도 최 회장측에 불리한 조건이다.

금감원 입장 변화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 추이/그래픽=임종철

때문에 재계와 시장에선 최 회장측이 오는 11일까지 어떤 식으로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을 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MBK측이 더이상의 공개매수가격 인상은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최윤범 회장측의 가격 상향은 현재로선 필승 카드에 가깝다. 하지만,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한다면 어느 선까지 올려야 할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진 자금 동원력이 관건이었지만, 이젠 금융당국이 '시장 교란'을 경고하며 개입에 나선만큼 공개매수가격 전략 설정이 더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어서다.

MBK가 문제삼는 사법리스크에 대한 시장 반응도 살펴야 한다. 고려아연은 내부적으로 MBK측이 법원에 신청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있다. 앞서 MBK·영풍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한 가처분이 기각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비슷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한 재판부가 반대의 결정을 내릴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 재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 가능성이 낮아보이는건 사실이지만, 주주들이 해당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