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신작 '리니지 키우기'에 곱지 않은 린저씨들의 시선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리니지 키우기'로 알려진 저니 오브 모나크.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212,500원 ▼4,000 -1.85%)의 새로운 리니지 시리즈 '저니 오브 모나크'가 1달만에 사전예약 신청자 400만명을 넘어섰다. 리니지 IP를 이용한 '키우기' 게임인데, 티저 영상 등을 통해 알려진 퀄리티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리니지W 등 기존 리니지 IP를 즐기던 열성 유저들이다.

"성구형 어디가" 린저씨들의 불안한 시선

연내 출시 예정인 '저니 오브 모나크'는 이른바 '리니지 키우기'로 불린다. '리니지의 아들' 이성구 부사장이 지휘봉을 잡고 리니지W와 리니지M 등을 맡았던 핵심인력 30여명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43억원으로 12년만의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시름하는 엔씨소프트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줄 것으로 평가 받는 작품이다.

'저니 오브 모나크'를 주로 즐길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은 리니지 IP에 충성도가 높은 '린저씨'들이다. 역설적이게도, 엔씨가 저니 오브 모나크에 공을 들일수록 불안감에 휩싸이는 것도 린저씨들이다. 여전히 서비스 중인 기존 라인업에 대한 서비스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일 리니지W 3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에서 진행되던 인게임 이벤트가 연이은 오류로 인해 지연된 일이 발생했다. 당시 방송을 시청하던 7000여명의 린저씨들 중 상당수는 "리니지W의 핵심 개발진들이 저니 오브 모나크에 투입되느라 기존 라인업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작에 힘 주다 기존 라인업 관리는 소홀

지난달 15일 서비스를 종료한 뮤 오리진. /사진=웹젠

이처럼 기존 IP를 두고 신작을 양산하는 'IP 돌려막기'는 기존 라인업을 즐기던 유저들의 불안감과 불만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엔씨의 대표 IP '블레이드 앤 소울' 역시 신규 서버 격인 '블소 NEO'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라이브 서버 관리에 소홀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한 이용자가 "블레이드앤소울 라이브는 없애는 것이냐"며 지난달 버그로 인해 노출된 인게임 콘텐츠들에 대해 문의했다. 이에 엔씨소프트 직원이 직접 "블레이드앤소울 라이브 디렉터가 (신작인) NEO 오픈 떄문에 담당자들을 전부 보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술 더떠 기존 라인업을 아예 없애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웹젠 (15,880원 ▼840 -5.02%)의 초창기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 '뮤 오리진'은 9년간의 서비스를 끝으로 지난달 사라졌다. 웹젠은 대표 IP인 뮤 시리즈를 연이어 만들면서 신작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작을 섭종(서버 종료)하는 방식을 택했다.

"집토끼만 잡다가 이마저도 놓칠라" IP 돌려막기의 한계

지난 8월 28일 출시 직후 앱마켓 1위를 달성한 호연. /사진=엔씨소프트

게임사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개발 환경, 신규 수익원 창출 등의 이유로 끊임 없이 신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기존의 히트작을 통해 충성도와 수익성이 확보된 IP를 중심으로 비교적 손쉽게 개발하려는 기조가 'IP 돌려막기'로 나타난다.

이 같은 개발 경향은 기존의 충성고객을 다시 끌어오는 데는 유리할 수 있다. 반면 해당 게임사를 처음 접하거나, 기존 IP를 접하지 않았던 고객 유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기존 IP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 순식간에 '망작' 취급을 받으며 유저들이 다시 기존 라인업으로 복귀한다.

블레이드 앤 소울 IP로 만들어진 엔씨소프트의 '호연'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 블소 팬들을 끌어들일 야심작으로 출시됐지만, 조악한 그래픽과 떨어지는 게임성으로 시장에서 순식간에 외면 받았다. 호연 출시를 앞두고 펼친 대대적인 마케팅도 무색해졌다. 팬덤 커뮤니티에서는 "블소2보다 한참 후퇴한 게임"이라는 평이 나왔다.

최신 흥행작들 모두 '원조 IP'

데이브 더 다이버. /사진=넥슨

최근 게임업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라인업들은 모두 '원조 IP'다. 크래프톤 (325,000원 ▼26,000 -7.41%)의 배틀그라운드나 콘솔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네오위즈 (20,950원 ▼700 -3.23%) 'P의 거짓',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시프트업 (62,000원 ▼800 -1.27%)의 '스텔라 블레이드' 등이 그렇다.

게임사들이 신규 IP 발굴에 매달리기보다는 기존 라인업에서 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BM(비즈니스모델) 고도화에만 집중한 게 패착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며 신규 유저 유입은 급감하고 기존 유저의 피로도만 쌓이며 이탈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규 IP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흥행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본'은 하자는 생각에 기존 IP를 활용하는 고충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자체 IP 개발이 안된다면 과거에 이미 흥행이 검증된 IP를 사들여 최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