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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25주년

"중국선 사업도 '관시'인데…한중 관계 좋아지기만 기대"

[인터뷰]中진출 18년차 박근배 MK시스템 대표가 본 중국 경제 "10년만에 '경천동지'"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입력 : 2017.08.24 03:25|조회 : 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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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선 사업도 '관시'인데…한중 관계 좋아지기만 기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방은 예약을 안 하면 밥을 먹을 수가 없었어요. 어학연수만 와도 가족들 다 올 수 있게 비자가 나왔는데 지금은 안 내줘요. 중국이 예전만큼 한국을 필요로 하지 않는 거죠."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왕징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박근배 MK시스템 대표는 이런 걱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MK시스템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의 PCB(인쇄회로기판)에 각종 전자부품을 장착하는 SMT(표면시장기술) 공정 기업이다. MK시스템이 SMT 공정을 거쳐 생산한 PCB는 중국 최대이자 세계 2위의 디스플레이업체인 BOE에 납품된다. MK시스템의 BOE 내 해당 부품 점유율이 45%에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 베이징에 3개, 허베이 6개, 충칭 6개 등 총 15개의 생산 라인을 갖고 있다.

LG전자 TV부문에서 근무하던 박 대표는 자동화 공정이 속속 도입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98년 한국 MK시스템을 설립해 컴퓨터 CD롬에 들어가는 PCB의 SMT 공정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 기회를 찾아 중국 상하이로 진출했다. 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간 경제 협력이 한창 궤도에 오르고 있을 때였다. 특히 중국 정부는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당시 우리 대기업들도 제조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가 시작할 때였다"면서 "중국 정부가 5년간 법인세 면제, 상하이 자동차 번호판 10개, 상하이 호구 10개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고 떠올렸다.

박 대표는 "지금은 실각했지만 보시라이는 다롄 시장으로 있으면서 외자 유치를 동력으로 다롄을 단기간에 '작은 상하이'로 불릴 정도로 키웠다"면서 "그 시기에 한국은 중국에 정말 중요한 국가였고, 중국 관리들도 당시 한국 기업들의 기여도를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18년이 지난 지금 박 대표가 보는 중국 경제는 말 그대로 '경천동지(驚天動地)'다.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하나라도 더 배워야 했던 한국 기업들을 능가할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BOE와 13년간 거래를 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단기간에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도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BOE는 2002년 하이닉스의 LCD사업부였던 하이디스를 사들인 후 기술 유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기업이다.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업계 2위로 2020년께는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MK시스템 허베이 공장 전경.
MK시스템 허베이 공장 전경.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약 10년 만에 중국이 한국, 대만, 일본의 먹거리들을 다 뺏은 느낌"이라며 "우리 산업화의 주역들이 은퇴 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거액에 중국 기업으로 스카웃 돼 간 것도 중국이 단기간에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이슈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사도 보다는 기업 자체의 경쟁력 같다고 했다. 박 대표는 "중국 소비자들이 사드 때문에 한국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중국 내수 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훨씬 싸기 때문"이라며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아무리 안 좋아도 일본 차는 잘 팔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세계 최고 제품이 아니라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어졌다. 절대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사드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안 그래도 중국 기업과 힘든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살벌한' 양국 관계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 내 롯데마트나 국내의 관광, 호텔, 면세점 업계 등 사드 보복 조치의 직접적인 사정권에 있는 기업들은 물론 MK시스템처럼 중국에 완전히 현지화돼 있는 기업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MK시스템의 전체 직원 수는 575명으로, 경영진과 임원급 등 6명을 제외한 전부가 중국인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쌓아둔 신뢰 덕분에 BOE가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상황이 더 악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국교 단절 등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다면 우리도 추방까지 각오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박 대표는 "중국에선 비즈니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관시(關係 관계)'인데 우리 정부의 사드 결정 과정은 바로 그 관시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당시 한중 관계가 굉장히 좋을 때였는데 중국 측에 충분히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중국은 국영기업이 많고 민간 기업도 정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양국 관계가 잘 풀려서 걱정 안 하고 사업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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