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대의 종말? 글로벌 IT기업 HW→SW 변신 가속화

인텔이 올해부터 ‘인텔 개발자 포럼’(IDF, Intel Developer Forum)을 열지 않기로 했다. 199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개최된 IDF 행사는 20년 동안 IT(정보기술) 미래 비전을 제시해온 PC산업계의 간판 행사로 자리해왔다. 매년 8월 열리는 이 행사에는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가 공개됐으며, HW(하드웨어)업계는 이에 맞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놨다.

◇인텔·IBM, 하드웨어 넘어선 IT 공룡들=인텔이 IDF 행사를 전격 폐지키로 결정한 것은 PC 중심의 기존 사업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 인텔은 PC사업 대신 데이터와 기술 기반 SW(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변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수 년간 열린 IDF 행사에서도 인텔의 차세대 반도체 프로세서 대신 VR(가상현실), AI(인공지능), 데이터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모바일 가속화로 PC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란 예측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 1분기 세계 PC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한 것(IDC)은 PC시장의 현 주소를 명확히 보여준다.

애플 매킨토시와 함께 PC시장을 만든 IBM도 일찌감치 환골탈태에 나섰다. 한때 PC시장의 간판 스타였던 IBM은 2005년 중국 레노버에 PC사업을 매각했다. 이후 IBM은 SW와 IT서비스·컨설팅 위주로 핵심 사업을 재편했다.


현재는 AI ‘왓슨’을 필두로 한 인지 솔루션과 클라우드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IBM이 보유한 전체 특허의 31%가 인지 솔루션과 클라우드 컴퓨팅(2015년 기준)이라는 점은 그동안 HW에 집중된 기술력이 SW로 빠르게 옮겨졌음을 보여준다.

◇“과거 유산 버려야 생존”…스핀오프 나선 기업들=프린터·사무기기 제조사였던 후지제록스 역시 HW에서 SW 기업으로 전환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이미 매출의 절반 이상이 사무기기가 아닌 SW 부문에서 나온다. 일등 공신은 문서관리 컨설팅사업이다. 프린터·복합기 판매에서 기업의 문서관리 전반에 걸친 컨설팅과 아웃소싱 서비스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인텔과 ‘윈텔(Window+Intel) 동맹을 맺고 수십 년간 PC시장의 절대군주로 자리매김한 마이크로소프트도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됐다.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에 이어 최근에는 기업들이 별도 기술이 없어도 IoT(사물인터넷) 솔루션을 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IoT 센트럴 서비스’을 내놨다.

PC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였던 엔비디아(Nvidia)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PC산업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AI와 자율주행차 등은 빠른 연산처리를 지원하는 GPU 기술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관련 제품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바둑대국을 펼친 구글 알파고에도 약 176개의 엔비디아 GPU가 장착됐다. 특히 자율주행차 분야에 포드,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 GPU를 공급하는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엔비디아 매출은 2분기 연속 50% 급증했고, 주가 역시 1년 동안 3배 이상 뛰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수십 년간 IT산업과 기술을 지배해온 PC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IT산업 전체가 재편기에 돌입했다”며 “IoT,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흥망이 엇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