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무슨죄" 미래세대 빚부담 현세대의 2.5배

보스턴대학의 경제학 교수 로렌스 코틀리코프는 언론인 스코트 번즈와 함께 쓴 '다가올 세대의 거대한 폭풍(The Coming generational storm)'에서 미국 미래세대의 부양능력 부족과 정부의 재정파탄을 경고했다. 이 책에서 코틀리코프 교수가 국가채무의 심각성을 전망하는 분석도구로 사용한 분석이론이 바로 '세대간 회계'(Generational Accounting)다.

세대간 회계는 현세대와 미래세대간 불평등과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조세조정 규모를 산출하는 재정분야의 최첨단 이론이다. 이를 국내에 적용하면 미래세대가 현세대보다 2.5배 더 많은 순조세(국세+지방세+4대 보험료-정부이전수입)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세대간 회계의 권위자인 전용준 한양대 교수에 따르면 2008년을 100으로 가정할 경우 미래세대가 현세대보다 250% 많은 순조세를 부담하고 있다. 250%라는 수치는 현행 재정시스템이 더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해결책으로는 2가지 방안이 제시된다. 현세대의 순조세 부담률을 높이거나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전 교수에 따르면 2008년 현세대의 순조세 부담률을 100으로 가정할 경우 2010년 균형재정에 도달하기 위해 현세대는 순조세를 23.4% 추가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8년 500만 원의 순조세를 납부한 샐러리맨이 올해 117만 원을 더 납부해야 재정균형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0년과 2030년 균형재정에 필요한 추가 순조세 부담률은 29.3%와 37.9%로 높아진다. 미래로 갈수록 균형재정에 필요한 현세대의 부담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세대간 회계에 근거한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불평등을 부인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조차도 재정건전성과 연금 고갈 예방을 위해 현세대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세대가 세금과 보험료를 추가 납부하는 등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법인세와 소득세보다는 부가가치세 인상을 통해 재정균형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는 경제왜곡 없이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감세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맞다"면서 "대신 외국보다 세율이 낮은 부가가치세를 인상해 재정수입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17~18%로 점진적으로 올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주장이다.

과도한 세금부담에 대한 현세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강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세대가 보이지 않는 미래세대를 위해 기꺼이 고통분담에 나설 수 있도록 교육과 주택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지출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주도해 온 경제역할을 민간과 시장에 맡겨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임병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ㆍ저출산으로 복지예산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만큼 사회기반시설(SOC) 확충 및 중소기업 등과 관련한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292.8조원의 정부 예산중 SOC 부문은 25.1조원으로 8.5%를 차지한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의 투자를 민간에 맡겨 예산지출을 절약하고 그 자금을 급증하는 복지예산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