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평vs50평 전세값 차이 겨우 1500만원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주부 김영진(가명)씨는 최근 입주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에서 전세를 구하다가 깜짝 놀랐다. 김 씨가 알아보던 크기 109㎡(옛 33평) 가격과 171㎡(옛 52평) 가격이 1500만원 밖에 차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래도 큰 평수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매물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대형아파트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진 단지를 중심으로 중소형과 대형 아파트간 전세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가족구성원수가 적어지면서 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데다 관리비 부담 등으로 대형 기피현상이 뚜렷해진 가운데 신규 입주 단지의 경우 잔금 마련을 위해 급매로 내놓는 물건이 많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입주가 시작되는 교하신도시 삼부르네상스 109㎡의 전세가격은 8500만원. 하지만 같은 단지 171㎡의 전셋값은 1억원선이다. 인근의 벽산우남, 두산위브 등 다른 단지의 경우도 99~128㎡(옛 30평대)는 8000만~8500만원에 전셋값이 형성돼 있고 165~194㎡(옛 50평대)는 1억원이면 전세를 구할수 있다.

현재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동천래미안도 중소형과 대형아파트 간 전세가격 격차가 많이 좁혀진 상태다. 현재 109~114㎡의 전세는 2억~2억2000만원선인데 비해 181~187㎡ 전셋값은 2억5000만원 수준으로 3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211㎡(옛 64평)도 층이 낮거나 융자가 많은 물건은 2억8000만원선에 전세가 나오기도 한다.

교하신도시내 S공인 관계자는 "중소형은 그래도 거래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지만 대형의 경우 물건은 많은데 찾는 사람은 거의 없어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아파트의 전세값이 중소형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대형 아파트가 외면 받고 있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령화, 핵가족화 등으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주택시장에서도 다운사이징(down-sizing)현상이 나타나 큰집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보다 자녀의 독립 등으로 집을 줄여가려는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 아파트와 중대형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이 역전되고 분양시장에서는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대형아파트의 '굴욕'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