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유증' LG전자, 5년반 재무제표 뜯어보니…

지난 3일 LG전자가 1조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는 발표 이후 LG 그룹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LG전자가 과연 현 시점에 자금이 조달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LG전자 (98,000원 ▲100 +0.10%)를 담당했던 애널리스트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이같은 질문들과 함께 리포트를 통해 LG전자에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LG전자가 왜 이 시점에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는지 지난 5년반 동안의 이 회사 재무제표를 살펴봤다.


LG전자는 지난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했고, 2009년 데이터는 이를 근거로 재산출했지만 그 이전(2008년 이전) 데이터는 없어, 5년여간을 단순 비교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지난 2006~2008년 데이터는 현재의 IFRS의 실적과 유사한 LG전자 글로벌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비교했다.

↑LG전자 공시자료. 단위: 백만원, IFRS 기준.

◇LG전자, 성장엔진에 불이 붙지 않는다=LG전자의 최근 5년 6개월(2006년~2011년 상반기)의 연결재무제표(글로벌 실적)를 보면, 2009년 이후 정체기를 보이고 있다.

2006년 매출 36조 7300억원, 2007년 40조 8500억원, 2008년 49조 3300억원, 2009년 55조 4900억으로 연평균 15%씩 매출이 늘다가 지난해 55조 7500억원으로 0.47% 성장에 머물렀다. 올 들어서 지난 상반기에는 매출 27조 5400억원으로 전년도 상반기 27조 620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도 큰 변수가 없는 한 55조원 전후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매출 55조원의 문턱에 갇혀 60조원의 벽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익 추세가 꺾였다=LG전자의 이익추세가 정체를 보이거나 꺾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매출 총이익이다. 지난해 매출은 늘었지만 매출총이익은 지난 2009년 14조 1505억원에서 지난해는 12조 298억원으로 15% 하락했다. 올 상반기 6조 2720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6조 7106억원보다 7% 떨어졌다.

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은 단기적인 이익 등락을 나타내는 지표라면, 매출총이익은 안정적인 이익지표로 장기적 추세를 볼 수 있다는 게 재무 전문가들의 말이다. 매출총이익이 감소한다는 것은 이익 추세가 꺾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업이익도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2조원대에서 지난해 1764억원으로 급락했고, 올 상반기에도 2890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상 현금흐름도 지난해 매출 55조원에 영업상 현금흐름은 85억원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도 820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587억원의 적자보다는 개선됐지만 2009년 6조 1495억원보다 크게 하락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는 28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새로 도입된 총포괄이익(환율 변동, 해외자산의 변동 평가액)은 727억원 적자다. 2009년 IFRS를 적용한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영업으로 번 돈으로 투자 쉽지 않다='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썩 좋지 않다. 2009년에는 1조 9931억원에서 지난해는 1조 6698억원으로 떨어졌다. 3000억원 정도 투자가 줄었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에는 1조 1306억원이다.

문제는 영업상 현금 흐름으로 투자부분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영업상 현금흐름이 85억원으로 1조 6698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으나, 운전자금이 5000억원 가량 늘었고, LG이노텍의 관계기업 투자손실 8000억원 정도가 빠지면서 영업상 현금흐름이 나빠졌다. 내부 유보금이나 차입, 증자 등을 통해 부족분을 충당해야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조 2207억원을 끌어들였다.

올 상반기에도 8208억원을 벌었으나 투자는 1조 1306억원을 했고, 부족분 6159억원을 내부 자금과 외부 조달로 충당했다. LG전자의 최근 5년반 동안의 재무제표를 분석해보면 1조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 애널리스트(분석가)들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뒤통수를 때린 경우는 아니라는 게 재무 분야 전문가들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