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전자, 안방대전 시작됐다

애플코리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SK와 신세계 등과 협력, 애플 전문 매장을 빠르게 늘려나가는 것은 물론 마케팅 조직도 강화했다.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 제도)를 대비한 전략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자급제 유통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급판매장'등 전용 매장 100개 이상


애플은 APR(애플프리미엄리셀러)를 두고 있다. 8월에 개원하는 여의도 IFC몰에 들어설 '프리스비' 매장까지 포함하면 총 52곳.

APR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컴퓨터 등 애플 제품만 판매하는 애플 전문 매장이다. 매장크기 등 애플이 제시하는 인테리어 가이드라인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애플스토어'와 큰 차이가 없다.

규모는 APR보다 작지만 애플 제품 전용 매장인 AAR(애플인증매장)까지 포함하면 애플은 국내에 100곳이 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전문 매장을 가진 셈이다. 여기에 별도 장소를 마련해 애플 제품만 파는 '애플 샵'까지 포함하면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은 더욱 늘어난다.


애플 전문 매장은 아이폰이 도입된 이후 급속도로 늘어났다. 2007년만해도 국내에 APR은 '에이샵' 코엑스점과 부산서면점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말 아이폰이 도입된 이후 APR을 꾸준히 늘렸다.

◇SK·신세계, 대기업 등에 업고…

애플 전문 매장이 늘어나는 데에는 SK, 신세계, 금강제화 등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들의 도움이 컸다. 이들이 최근 2년여간 세운 APR만 20여곳에 이른다.

금강제화 계열사 갈라인터내셔널은 프리스비라는 이름으로 2009년 1월 명동에 첫 매장을 오픈한 후 지금까지 총 11개 APR를 열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9월 APR '컨시어지'를 운영하는 LCNC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LCNC가 운영하는 12곳의 APR 중 9곳이 SK가 인수한 후 늘린 매장이다.

신세계I&C는 지난해 4월 신세계 인천점에 '에이팜'이라는 첫 APR을 오픈했고 최근 문을 연 신세계 의정부점에 2번째 매장을 열었다. 신세계는 앞으로 직접 백화점에 애플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신세계백화점에는 다른 회사가 운영하는 애플 매장이 입점했다. 실제로 신세계I&C는 애플 유통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9억5000만원을 투자했고 올해 3억2000만원을 추가로 사용할 계획이다. 매장만이 아니다.

애플은 지사 마케팅 조직도 강화했다. 애플 매장 직원들 대상 교육도 강화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단순히 매장수를 늘리기보다는 고객이 애플 제품을 체험해보길 바라는 의미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모바일샵도 확대…제조사 유통전 점화 예고

애플이 국내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중요한 스마트폰 시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LTE(롱텀에볼루션) 등 프리미엄폰 시장의 바로미터다.

게다가 단말기 자급제가 실시됨에 따라 애플이 직접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유통할 수 있는 여지도 확대됐다. 애플은 자체 유통채널을 통해 유통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다른 휴대폰 제조사보다 많은 편이다.

일부에서는 단말기 자급제보다 애플의 공격적인 매장 확대가 휴대폰 유통시장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안방을 지키는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확연이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100% 자회사 리빙프라자를 통해 일반 가전대리점과 차별화된 IT·모바일 전문 매장 '삼성모바일샵'을 2009년 11월 처음으로 문을 연 이후 60여곳으로 늘렸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방에도 매장을 만드는 등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리빙프라자에 13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한 때도 지난해 10월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애플스토어를 한국에 운영할 가능성도 점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국내 휴대폰 매장을 체험형으로 바꾸면서 삼성전자 '딜라이숍', KT '올레스퀘어' 등 체험형 휴대폰 매장이 늘어났다"며 "자급제와 애플 매장 확대로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은 또 다른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