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B2B'→'B2C'로 바뀐다

기업간 거래(B2B)가 대부분이던 반도체 시장이 일반 소비자(B2C)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휴대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가 발달하면서 SD카드 등 저장매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급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SSD, 메모리 반도체 판도 바꾼다
반도체업체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SSD다. 오는 2013년이면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SSD 시장규모는 올해 57억6400만달러에서 내년 90억8500만달러로 57.6% 성장할 전망이다. 2014년에는 122억2800만달러로 34.6% 커지고 2015년에는 15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SSD는 2013년부터 전체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SD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SSD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SSD의 뛰어난 성능을 알리기 위해 ‘체감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프로게임단 '칸(KHAN)' 선수 전원에게 삼성전자 SSD(256GB)를 제공하는 'SSD 체감 마케팅'을 전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일본을 시작으로 128GB와 256GB 제품을 출시하며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달 안에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SD 시장은 삼성전자와 인텔, OCZ, SK하이닉스 등 6~7개 업체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반도체 시장도 ‘OOO inside’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캠코더,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SD카드 등 반도체 저장 장치를 직접 구매하고 있는 것도 반도체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 입김이 커지는 이유다. 특히 반도체 공정에 따라 관련 제품의 소모 전력이나 속도 등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해 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PC에 어떤 중앙처리장치(CPU)가 들어갔는지에 따라 매출이 달라졌듯이 앞으로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미 이런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반도체 회사들이 직접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그린 메모리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최근 '짧은 배터리 수명, 긴 로딩 시간,시스템 멈춤'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난처한 경험을 악당 캐릭터로 형상화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런 3가지 문제들을 삼성전자의 저전력·고성능 메모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부품 업체들은 애플과 같은 완제품 업체들에게 항상 ‘을’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특정 업체의 부품을 선호하게 된다면 완제품 업체들도 결국 그 부품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대등한 위치에 올라 설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될 경우 부품업체는 완제품업체와 공급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