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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4대 사회악' 성과 급급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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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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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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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사회악 성과 압박 심하죠. 정부에서 역점으로 다루라고 하니까."

최근 일선 경찰서에서 만난 한 형사는 박근혜 정부와 경찰 수뇌부가 강조하고 있는 '4대 사회악 척결'로 많은 피로를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이른바 '4대 사회악'이란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4대 사회악 척결'에 일선 경찰들이 연일 단속 성과를 언론을 통해 노출시키는 등 경쟁적으로 치적쌓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정석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지난 2일 취임식에서 "경찰의 시급한 국정과제인 4대 사회악 척결을 통해 민생치안 안정을 확고히 이뤄내야 한다"며 "4대 사회악 척결은 참된 시민 행복의 첫걸음이다"고 밝혔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 16일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정부 출범 100일이 되는 6월4일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경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정부와 경찰 지휘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일선 경찰들이 실적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경찰은 올해 학기 초 관내 초중고교에서 학교폭력 근절 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또 예전 같았으면 별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을 크지 않은 규모의 학교폭력, 불량식품 단속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는 듯 하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18일 '가정폭력이 학교폭력으로…폭력의 대물림 사슬을 끊다'라는 미담성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헤어질 것을 요구하며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10대 청소년 남학생이 여학생을 폭행했고 이에 경찰이 남학생을 조사해 보니 편부의 상습 가정폭력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남학생을 어머니와 연결해 줘 어머니와 살면서 다시는 여학생을 찾아가지 않게 됐다면서 "가정폭력은 학교폭력의 원조이며 화목한 가정은 학교폭력 근절의 첫번째 지름길이다"는 코멘트도 보도자료에 덧붙였다.

앞서 성북경찰서는 17일 무허가 식당을 운영하며 오리와 닭 등을 불법도축해 판매한 60대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서울에서 경기 고양시 재개발제한구역내 식당까지 찾아가 단속한 이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4대악중 하나인 부정·불량식품으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부분이 가장 중점적인 적발 사유였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생활안전과에 있던 여성청소년계를 과로 승격시키고 4대 사회악 관련 본부를 신설했다. 일선 형사가 나서서 직접 4대 사회악 근절 업무처리 지침을 작성하는 곳도 있다.

불량식품 단속은 경찰의 전문분야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능팀 경찰들이 불량식품 단속에 투입되는가 하면 유전자나 원산지 확인, 식품 위생상태 단속 등을 위한 장비도 없이 단속 현장에 나서는 것이다.

4대 사회악 척결은 민생에 가까운 범죄부터 챙겨나가겠다는 취지에서 볼 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4대 사회악이라는 틀 안에서 '성과'에 골몰한 경찰이 정작 다른 범죄에 눈 돌릴 틈 없이 인력낭비와 실적경쟁에 휩싸인다면 국민은 또 다른 민생범죄에 방치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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