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4급 삼성전기 직원 '부친께 바치는 노래'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그룹 사내 경연대회 '슈퍼스타S' 시즌3 최종 결선에서 남동호 삼성전기 사원이 2위를 수상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그룹

"사랑하는 아버지께 이 노래를 바칩니다."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어머니 없이 아들과 딸을 키우며 고생한 아버지에게 감사의 노래를 부르는 데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지난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그룹 사내 경연대회 '슈퍼스타S' 시즌3 최종 결선. 인순이의 '아버지'를 열창해 2위를 차지한 남동호(33)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ACI제조2G 사원은 수상 기념 트로피를 들고 "이 순간이 꿈만 같다"며 활짝 웃었다.

"살면서 이런 트로피를 받아 볼 일이 또 있을까요. 삼성 임직원들과 함께하는 큰 행사에서 2위까지 오르니 감격스럽습니다."

청각장애 4급인 남 사원은 보청기를 끼면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지만 소리를 온전히 듣기 어렵다. 그래도 무대엔 꼭 서고 싶었다. 어머니 없이 홀로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한 아버지께 들려 드리고 싶은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긴장한 탓에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렸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노래를 부르는데 몰입했다. 노래가 끝나자 관객석에서 폭발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남동호 삼성전기 사원이 28일 삼성그룹 사내 경연대회 '슈퍼스타S' 시즌3 최종 결선에서 "아버지에게 이 노래를 바치고 싶다"며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그룹

청중평가단 100명 중 81명이 그의 노래에 표를 던졌다. 심사위원인 가수 윤상은 "슈퍼스타S가 사내 경연을 뛰어 넘어 가족들에게 특별한 시간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우승은 노정훈 삼성중공업 사원에게 돌아갔고 그는 2위에 머물렀지만 기쁨은 1등 못지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학예회 때 노래 대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이토록 큰 대회에 올라 수상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남 사원은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다. 전 세계 40만 삼성 임직원들이 참여하고 지켜보는 대규모 행사의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물론 우승이 아닌 2등이라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요. 하지만 1등한 친구가 노래를 무척 잘했어요. 경연을 앞두고 목이 아파 병원에 다니면서도 참 열심히 하더라고요."

남 사원은 수상 소감에서 "상금으로 아버지와 일본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며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며 삼성전기 직장 동료들의 이름을 불렀다.

남 사원은 이번 대회에서 얻은 성과로 같이 경연에 참가한 동료들을 꼽기도 했다. 남 사원은 "본선에 34개 팀이 올랐는데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났다"며 "함께 녹음하고 춤과 노래를 연습하며 음악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남 사원의 부친인 남선춘씨(71)도 지켜보고 있었다. 공연 내내 가슴을 졸였던 남씨는 "아들아, 아빠는 가슴으로 너를 사랑한다"며 격려했다.

"우리 아들은 어머니 없이 크면서도 속 한 번 안 썩히고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정말 효자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와중에도 이렇게 멋진 무대에 오른 것을 보니 굉장히 뿌듯합니다."

남동호 삼성전기 사원이 28일 삼성그룹 사내 경연대회 '슈퍼스타S' 시즌3 최종 결선에서 결승곡 '아버지'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그룹

부자는 시상식이 끝난 뒤 '슈퍼스타S' 2위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남씨는 아들이 건네 준 트로피를 꼭 쥐고 "아들이 참 대견하다"며 흐뭇해했다.

남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지만 아들은 '나는 삼성에 들어가겠다'며 열심히 준비하더라"며 "마침내 삼성전기에 취직하는 것을 보며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인생 계획을 묻자 남 사원은 "결혼해서 아버지를 모시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취미이자 특기인 노래도 계속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업무에 지친 삼성 직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노래를 불러주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직원들을 위한 힐링 콘서트도 꼭 한 번 열어보고 싶습니다."

한편 '슈퍼스타S'는 삼성이 임직원들의 소통과 화합, 사기 진작을 위해 2011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3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2000여 명이 지원해 1·2차 예선과 본선을 거쳐 남 사원을 비롯 12개 팀이 최종 결선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