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월세 350만원···집값 올린 구글 개발자들

'꺼져라 구글' 현수막을 들고 항의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주민 시위대. /사진=구글 통근 버스에 타고 있던 한 트위터리안(@craigsfrost) 트윗 캡쳐

　판교에서 벌어지는 주거난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정반대 현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세계적인 IT(정보기술)기업들은 전세계의 실력 있는 개발자들을 불러모아 고액의 연봉과 최고의 복지를 제공한다. 이들이 몰려들자 샌프란시스코 주변 집값이 크게 요동쳤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버클리 등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지역의 주민들은 집값 급등으로 자신들의 보금자리에서 밀려난다. 개발자의 주거난이 아닌 지역민들의 주거난이다.

　최근 샌프란시스코는 구글 등 대형 IT회사의 통근버스에 세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에드윈 리 샌프란시스코시장은 셔틀버스가 시내 버스정류장에 한 번 정차할 때마다 1달러의 세금을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1년반 동안 이 정책을 시행키로 했는데 이를 통해 160만달러(약 17억원)의 세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결정은 통근버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심리를 누그러뜨리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글, 애플 등 공룡 IT회사의 통근버스는 이제 지역주민과 이들 사이를 갈라놓는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IT기업이 밀집한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런데 통근버스 덕분에 출퇴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구글직원들은 본사가 위치한 마운틴뷰 지역보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주거지를 선호한다.

　가뜩이나 물가가 비싼 샌프란시스코는 이들 고액연봉 기술자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미션스트리트 지역은 최근 구글 등 IT기업 종사자가 몰려들면서 집세가 1년 사이 30% 급등했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지역주민들은 정작 올라간 집세를 내지 못해 떠나야 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샌프란시스코지역 정보신문 SF게이트는 높은 주거비용을 견디지 못해 수많은 교사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모바일게임사 키야트게임즈를 운영하는 조현선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 아파트 및 사무실 렌트비 등이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며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항의가 거세고 대표적인 공격 대상으로 구글이 지목된다"고 전했다.

　조 대표 역시 이같은 반응을 피부로 체험했다. 하루는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관광버스를 탔다가 관광안내자가 물어 자신의 직업을 이야기했다가 "저 사람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공공의 적"이라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

　주민들의 구글 버스에 대한 시위는 지난달에만 2차례 벌어졌다. 지난해 5월에는 미션스트리트 인근 주민들이 구글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대형 IT회사에서 일하는 현지 기술자(37)는 "구글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IT기업 기술자들은 연봉도 많고 공짜 밥, 공짜 셔틀버스 등을 제공받는다"며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살기가 어려울 만큼 집값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샌프란시스코에서 혼자 살려면 월세가 350만원에 달한다"며 "그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고학력에 높은 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미국인들은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