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기름유출 사고, 세 가지 의문점은(종합)

(광주=뉴스1) 김호 기자 육군 31사단 예하 여수대대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연인원 200여명의 장병들을 여수 원유유출 사고 현장에 투입, 방제작업을 펼쳤다고 밝혔다. 3일 군 장병들이 사고현장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31사단 제공) 2014.2.3/뉴스1

정부가 여수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GS칼텍스를 통해 우선 피해보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원인과 정부 초동대응 미숙 여부 등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문해남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은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사고 현황 브리핑을 갖고 '1차 보상은 GS칼텍스에서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피해액이 확정되는대로 시설 주체인 GS가 보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해경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고에 대한 의문점은 적잖다. 정확한 사고원인과 피해규모가 밝혀지고, 피해보상 작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무조건 GS가 보상해야 한다는 식의 정부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왜 났나=지난해 12월 9일 영국에서 출항한 우이산호는 지난 달 31일 오전 9시 35분쯤 여수시 GS칼텍스 원유2부두에 접안을 시도하다 선수 뒷부분이 부두, 송유관 잔교와 충돌했다. 사고로 송유관에서 잔유가 유출되면서 인근 양식장에 유류 오염피해가 발생했다.

해경은 일단 선사의 무리한 접안시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해경은 이날 중간수사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인 도선사 2명이 탑승해 원유부두로 접안을 시도하던 중 안전속도를 유지하지 않은 채 약 7노트의 속도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하다 충돌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과실 소재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사고선박인 우이산호 관계자와 도선사 2명, GS칼텍스 관계자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해경의 수사결과 중간발표에도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경력이 20년이 넘는 도선사가 둘이나 탑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박이 무리한 운항을 했다는 점이다. 해경은 접안 유도 과정에서 도선사들의 과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만약 도선사들의 과실이 밝혀진다면 상황은 한층 복잡해진다. 도선사들은 여수항만공사 소속이다. 현재 충돌 당사자인 선사와 GS칼텍스 간 구도에서 정부가 책임론 논쟁에 포함될 수 있다. 피해보상 주체를 가리는 과정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정부는 일단 원유유출 주체인 GS칼텍스가 1차 피해보상을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실장은 "선박 측이 무리한 접안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GS가 1차적으로 보상을 한다 해도 추후 선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GS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 일단 주민보상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일 피해주민 간담회를 통해 어업피해 대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이어 6일에는 어업피해주민 대표, GS칼텍스 관계자 등과 함께 피해현황과 보상절차에 대한 협의를 추진키로 했다.

문 실장은 "시설주가 GS이기 때문에 GS가 보상책임 져야 한다"며 "방제와 피해보상 문제가 제일 큰 관건인 만큼 해당지역 주민들이 빨리 지원받을 수 있도록 GS를 독려해 지원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에 들이받혀 시설이 부서진 입장에서 1차 피해보상까지 떠안게 생긴 GS측은 난색이다. 정부 방침에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속은 탄다. GS 관계자는 "피해보상 문제에 대해 정부와 전혀 교감이 없었다"며 "방제작업이 최우선인 만큼 추후 피해규모 산정을 감안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장관은 어딨었나=설 연휴 기간에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의 초동대응 미숙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초기 기름유출량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해경은 이날 사고로 인한 기름유출량을 164kl(추정)로 발표했다. 초기 추산한 유출량은 10kl였다. 유출량 조사부터 어긋나며 초기 방재작업도 혼선을 빚었다.

게다가 윤진숙 해수부 장관이 사고 이튿날에야 현장을 찾으면서 정부의 대응이 더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는 사고가 발생한 설 당일 현장에 방재본부를 차렸지만 윤 장관은 모습을 보이지않았다.

윤 장관은 이날 정오 무렵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받고 오후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낸 후 이튿날인 2일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서는 "처음에는 피해가 크지 않다고 보고받아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하는 등 피해 어민들을 자극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부처 차원에서 초기 방재에 들어간데다 장관의 동선이나 일정을 본다면 늑장대처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장 발언 역시 현장의 심각성을 얘기하고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