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파생시장 활성화 방안,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정작 거래 위축을 초래한 규제 완화는 고려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발표될 활성화 방안이 파생상품시장을 살리는데 얼마나 기여할지 벌써부터 의문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4일 금융위원회와 거래소 등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금융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라 오는 1분기 중으로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방안에는 변동성지수 선물시장과 장기국채 선물시장 개설 등이 포함된다.


변동성지수 선물시장이 개설되면 투자자는 기존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선물·옵션 등과 별도로 시장의 변동성 위험 자체를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된다. 국내 증시는 대내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변동성을 헤지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장기국채 선물시장은 장기금리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투자자의 다양한 투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개설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활성화 방안과 시장의 요구 사이에 간극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건전성 제고와 투기 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이전 정부부터 강화됐던 파생상품시장 규제는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상품만 만든다고 해서 시장이 살아나지는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파생상품시장을 고사시킨 주범으로는 코스피200 지수옵션 거래승수 인상, 파생상품시장 참여를 위한 증거금 인상 등이 꼽힌다. 무엇보다도 거래승수가 종전 대비 5배 수준으로 인상되면서 거래 단위가 커지자 촘촘한 가격 형성이 불가능해지면서 헤지 수단으로서 파생상품의 매력은 떨어지게 됐다.


이 때문에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유동성은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규모는 2012년 11억달러에서 지난해 29억달러로 2.6배 늘었다. 한 때 거래량 기준 세계 1위였던 국내 파생시장은 지난해 11위로 순위가 밀렸다.

ELW(주식워런트증권)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 수단에 대해서도 규제가 여전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 ELW 등은 상품으로서 가치 자체보다 이를 통한 현물시장 거래 유발 효과가 더 중요하다"며 "최근 수년간 강화된 규제가 최근 현물시장 침체에 영향도 크게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거래대금 부진의 한 원인은 파생상품시장 규제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해 거래소는 지난달 최경수 이사장을 중심으로 마련한 거래소 선진화 방안을 통해 개별주식 옵션 리모델링, 주식선물 추가 상장 등을 잇따라 건의했다. 여기에는 기존 코스피시장의 개별 주식선물의 기초주권 수를 늘리는 방안 외에도 코스닥 우량주를 주식선물 기초주식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거래소의 이같은 건의들이 얼마나 반영될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소가 여러 안을 금융위에 제시했고 코스닥 개별 주식선물의 상장 방안도 검토안에 포함됐다"면서도 "코스닥 개별주식 선물 도입 등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고 향후 활성화 계획에 포함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또 "기존 코스피 개별주식 선물 종목을 리모델링하는 방안 역시 거래소와 함께 검토하는 안 중 하나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파생상품 활성화방안 관련사항은 한맥투자증권의 옵션주문 사고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면서 논의가 중단됐었던 상황이었다"며 "변동성선물 등 기존 선진화 방안에 발표된 내용이 3월 활성화 방안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