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고버스 기사 "송파사고와 상황 비슷했다"

19일 밤 11시45분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송파구청 사거리 인근에서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로 향하던 시내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던 노선버스를 추돌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인천에서 발생한 버스사고와 송파사고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브레이크가 원래 압력이 있어 밟으면 '푹' 하고 눌려야 하는데 이날은 '쑥' 들어가 버렸다."

19명의 사상자를 낸 송파 시내버스 추돌사고와 유사성이 있다며 경찰이 주목하고 있는 인천 28-1번 버스 사고. 당시 버스를 운전했던 인천 시영운수 소속 원정덕씨(60·사진)는 26일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1일 인천에서 추돌사고를 낸 38-1번 시내버스 운전기사 원정덕(60)씨./사진=김유진 기자

원씨는 "엑셀을 밟았다가 발을 뗐는데도 속도가 높아져서 처음 당황했는데 그때 시속이 50~60km였고 마지막에 통근버스와 부딪칠 때는 70km 이상은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악셀을 세게 밟은 후 발을 뗐는데도 속도가 줄지 않고 계속해서 가속이 됐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1일 오후 7시쯤 인천 서구 모래방죽 사거리에서 원씨가 운전하던 시내버스는 인도 분리대와 신호대기 중인 공항통근버스를 차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두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35명 중 22명이 경상을 입었다. 원씨 역시 얼굴에 찰과상을 입고 다리, 갈비뼈에 경미한 충격을 입었다.

송파사고와 마찬가지로 1차사고 후에도 여러 대의 차량과 연쇄 추돌했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사고 버스는 연식만 다른 같은 차종의 버스로 확인됐다.


그는 "정류장에서 출발해 사고까지 700m 정도 운행했는데 150m쯤 지나 사태를 인지하고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했다"며 "당시에 '어떻게 세우지, 사람도 20명 넘게 타 있으니 어떻게 세워야 하나'하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원씨는 "편도 3차선에서 2차선으로 가다가 오른쪽은 비어있어 방해물 없이 쭉 나가면 사거리에서 대형 참사가 날 것 같아 1차선에 있던 통근버스와 앞바퀴를 서로 부딪치도록 해 7m쯤 밀려나는 수준에서 사고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사고와 송파 시내버스 사고가 유사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원씨는 "송파 버스기사가 의도적으로 사고를 낼 생각이었다면 핸들을 꺾었을 리가 없다"며 "송파 사고가 내 사고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의 경우 사고 당시 3차선 중 가장 오른쪽 차선이 비어있었고 2차선에 통근버스가 서 있어서 바퀴와 바퀴를 맞대 충격을 줄이고 멈출 수 있었다"며 "송파 기사의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원씨는 "통상 버스기사들은 속도가 높아졌다가 갑자기 멈춰야 하는 상황이면 다른 차량과 부딪힌다"며 "그대로 쭉 갈 경우 더 큰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돌사고가 났을 때 기사가 졸고 있었다면 핸들을 꺾을 수가 없고 브레이크가 안 드니까 저렇게 꺾어서 멈추기 위해 가서 박았을 것"이라며 "송파 버스기사도 승용차 몇 대와 부딪쳐 제동을 해보려다가 안되니 오른쪽으로 차 핸들을 틀어 제어를 하려다가 버스를 들이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서울 송파경찰서는 인천 28-1번 버스사고와 송파 버스사고와 유사성에 주목해 연관성을 찾고 있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은 "아직 분석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며 "분석결과 유사점이 발견되면 비교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