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보호한다던 파생 규제, 해외 거래만 늘렸다

정부의 파생상품 규제가 투기 근절을 통한 개인 투자자 보호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 선물시장에서 개인의 비중은 파생 규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0년 27.1%에서 지난해 30.7%로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 옵션시장에서도 개인의 비중은 36.4%에서 31.1%로 5%포인트 남짓 줄어드는데 그쳤다.


물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선물 거래규모가 35.7%, 옵션 거래규모가 16.8% 줄면서 개인의 파생상품 거래규모 자체는 감소했다. 문제는 국내 파생 거래를 규제로 억누르면서 개인의 해외 파생 거래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규모는 2011년 11억달러에서 지난해 29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은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국내 시장이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이 해외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 보호받을 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아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풍선효과는 개인을 포함한 국내 투자자들 전반적으로 뚜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과 기관을 합산한 국내 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농산물, 금리, 에너지, 지수 등) 거래량은 2010년 9300억달러에서 지난해 1조6900억달러로 81.7% 급증했다. 파생 규제가 강화된 후 기관이 국내 파생 거래를 대폭 줄이면서 해외 파생 거래를 늘린 결과로 추산된다.


실제로 규제가 강화된 후 기관이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개인보다도 낮아졌다. 선물시장에서 기관 비중은 2010년 40.2%에서 지난해 20.6%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옵션시장에서도 21.6%에서 11.1%로 반토막이 났다.

한 증권사 파생 담당 임원은 "규제가 강화되다 보니 기관들이 파생 거래를 조금씩 줄였고 그러다 보니 파생 거래량이 감소했다"며 "이는 다시 증권사들의 파생상품 출시에 타격을 줘 파생 거래를 축소시키는 악순환을 낳았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부터 증권거래세를 부과받으면서 차익거래를 대폭 줄인 것도 기관 비중이 감소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는 증권거래세 부과 직전인 2012년 40조원에서 지난해 5000억원으로 99% 줄었다.

파생 거래 급감은 현물시장 거래를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코스피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0년 5조6198억원에서 지난해 3조9934억원으로 30% 줄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남 실장은 "차익거래나 인덱스펀드 운용은 현·선물을 연계하는 거래"라며 "파생 거래가 줄면 자연히 현물 거래마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관의 빈자리를 외국인이 채우면서 외국인 비중은 선물시장에서 29.5%에서 45.1%로, 옵션시장에서 40.3%에서 56.7%로 확대됐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파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절반을 넘어 외국인 매매에 따라 시장이 출렁이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며 "현물시장의 거래마저 급감해 외국인이 파생 거래로 현물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