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에 대처하는 자세, 남자는 화내지만 여자는…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생활에서 ‘여자들이 너무 감정적’이라서 애로 사항을 느낀다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정말로 ‘너무 감정적’일까?


‘아이고! 차들이 왜 이렇게 밀리는 거야? 미치겠네, 늦으면 큰일 나는데…’ 교통체증이 심한 출근길에 화가 난 남자는 씩씩대며 경적을 미친 듯이 울리고 있다. 그러나 1-2분 후에 이내 그만둔다. 여전히 미칠 듯 열 받아 있지만 다른 차들을 욕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걸 알고는, 다음엔 더 일찍 출발해야겠다 생각하며 라디오를 튼다.

유효상 교수

그러나, 같은 상황에 처한 여성은, 자신이 늦을 경우 회의 참석자들의 반응을 생각하며 걱정하기 시작하다가, 갑갑한 마음을 털어놓고 스트레스도 풀 겸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꼼짝할 수 없는 교통체증에 갇혀있는 상황에서는, 남녀 모두 짜증과 초조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 전문가들에 따르면, 같은 감정을 느낀다 하더라도 남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가는 완전히 다르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통체증 상황에서 남자들의 스트레스 레벨이 여자들보다 7배나 높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차분하게 앉아있으며 8.7퍼센트의 스트레스 레벨을 기록한 반면, 남자들은 크게 분노하며 60퍼센트의 스트레스 레벨을 보였다.

남녀는 모두 감정적이다. 단지 같은 문제에 직면했어도 이를 다르게 처리하고 표현하는 것뿐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남자와 여자는 이를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인다. 남자는 문제를 외면화시켜 폭발시키거나, 당장 해결방법이 없다면 침묵한다. 또한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집중할 다른 일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fight or flight response’ 경향이 강하다. 즉 직면해서 싸워 해결하거나 아니면 그냥 회피해버린다. 때문에 교통체증에서 남자는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도 피할 수 도 없기 때문에 강한 스트레스와 절망감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여자의 인식과 반응은 사뭇 다르다. 여자는 발생한 문제를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어 자책을 하면서, 이 경험을 함께 나눌 다른 누군가를 찾게 된다.
바바라 애니스와 존 그레이의 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자신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경험을 세 사람 정도에게만 얘기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경험을 최대 32명에게 얘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남자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주로 자신이 잘 알고 또 그 일에 관련이 있는 사람인데 반해, 여자는 자신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일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야기를 하는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업무 중에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남자들은 외적인 것에서 원인을 찾고, 차분하려고 노력하며 해결책에 집중한다.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거나 정신적으로 자신을 고립 시킨 채 혼자 해결하려는 내적 과정을 거친다. 이 때 남자는 다른 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거나 문제를 잠시 덮어두려고 한다.

여자는 애로사항이 생기면 문제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고, 그 문제에 집중한다.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의 감정표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아니라, 해결방안이 있더라도 이를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여자들은 남자가 너무 감정을 보이지 않는다 생각하고, 남자들은 여자가 너무 감정을 많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의시간에 남자들은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들은 느낌을 내보이는 게 당연하고, 합리적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모습은 남자들의 눈에는 감정적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남녀간의 이해부족으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똑같은 경험에 대해 남녀의 감정수준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비즈니스 현장에서 빈번하게 생겨나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피할 수 없다.

여자들의 감정표현에는 남자들이 모르는 함정이 숨어있다. 남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여자들은 감정적으로 보일 때에도 분별력을 잃은 상태가 아니고, 자기의 경험을 타인과 나누면서, 여러 가지를 떠올리고 연결시키며 정리하면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