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축 지정했던 '뉴트리아' 퇴치 나선 까닭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뉴트리아를 퇴치하려는 정부 대책도 미흡하다. 정부가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한 이후 퇴치는 커녕, 오히려 뉴트리아 서식지는 늘어가고 있다. 낙동강 등 경남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뉴트리아는 최근 충청도에서도 출몰하고 있다.

뉴트리아는 1985년 7월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프랑스로부터 식용 및 모피용으로 100마리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때 수입된 뉴트리아는 사육에 실패해 모두 죽었다. 이후 1987년 6월 불가리아에서 다시 들어온 뉴트리아 60마리가 충남의 한 농가에서 사육에 성공했고, 전국 각지로 퍼졌다.

식용·모피용으로 들여온 뉴트리아였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쥐를 닮은 모양새 탓에 사람들이 식용과 모피용으로 사용되는 뉴트리아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뉴트리아에 대한 관리는 소홀해졌고, 야생에 버려지면서 개체 수가 급증했다. 뉴트리아가 남미에서 건너온 종이기 때문에 국내의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해 자연 멸종할 것이란 예상을 비웃듯 뉴트리아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이 과정에서 정부는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2001년 당시 농림부는 인공 사육동물 중 타조, 오소리, 꿩과 함께 뉴트리아를 가축으로 지정했다. 이미 뉴트리아의 생태계 교란 및 농가 피해 우려가 제기된 이후 시점이다.

정부는 2009년에서야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뉴트리아 사육농가가 자연에 방사한 뉴트리아가 천적이 없다보니 서식지가 확대됐고, 방사된 뉴트리아가 습지의 자생능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등 뉴트리아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뉴트리아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축'과 동시에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두 가지 지위를 동시에 갖는 아이러니한 상태로 존재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8월에서야 뉴트리아를 가축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기타 가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뉴트리아 사육 농가는 단 한 곳도 없다. 2005년 한때 사육 농가가 최고 13가구, 8238마리에 달했지만 계속 줄어 2011년에는 1가구, 1마리로 떨어진 바 있다.

문제는 사육농가에 의해 방사된 뉴트리아가 몇 마리인지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는 것이다. 환경 당국은 뉴트리아의 전국 서식 개체수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포획작전을 펼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할 부산, 김해 등 10개 지자체는 2011년부터 자체 포획단을 운영해 '민간인 포획 보상금제' 등의 방법을 통해 뉴트리아 퇴치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지자체 간 개별 포획에 따라 인접 지역으로 뉴트리아가 이동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 관련 지자체는 지난해 6월과 10월 두차례 회의를 갖고, 7월부터 낙동강 하구(신덕습지 2곳)와 우포늪 등 3곳에 '인공섬트랩'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숫자가 적어 3개월 간 30여 마리를 잡는 데 그쳤다.

올해에는 예산 2억원을 투입해 '전문 포획단'을 꾸려 지자체 합동 퇴치작전에 나섰지만 예산부족 등으로 포획작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문 포획단이 뉴트리아를 잡거나 개인이 뉴트리아를 잡아올 경우, 2만원을 주는 '광역수매제'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