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교수 범죄경력 조회 안하고 채용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전과가 있는 미국인 교수가 최근 서울의 한 주요 사립대학교에서 재계약 불가 판정을 받은 가운데 학교 측은 4년여 전 해당 교수를 채용하면서 범죄경력 조회조차 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 따르면 최근 교수회의를 개최한 이 학교 경영대학은 경영학과 A(54)교수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A교수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강단을 떠나게 된다.

A교수는 미국 한 대학교의 경영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지난 2010년 3월부터 국내에서 인적자원관리와 조직행위론 등 수업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2011년에는 영문판 자기계발서를 펴내기도 했다.

그런데 A교수는 미국에서 수차례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였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본국에 있던 A교수는 빚이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유학을 위해 1976년 숨진 사람의 사회보장번호 등 신원을 도용한 뒤 정부에 학자금 지원을 요청한 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에서 A교수 측은 실수로 사회보장번호를 틀리게 적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교수가 1980년대 여권 검사 도중 사회보장번호를 허위기재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자택에서 다른 사람의 사회보장번호 20여개가 적힌 문서가 발견됐던 점 등을 들어 A교수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A교수 채용 이후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사실이 소문처럼 퍼지기도 했었다.

문제는 정작 A교수를 채용한 교수들과 학교 측은 그의 범죄경력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영학부장인 B교수는 "교수들은 그의 논문과 연구성과 등 학문적인 역량을 평가했을 뿐 범죄경력 등 결격사유는 교원을 관리하는 교무처에서 확인했어야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교무처는 A교수로부터 범죄경력 증명서 등을 제출받지 않아 그의 전과 여부도 모른 채 그에 대한 채용을 최종 승낙했다.

학교 관계자는 "당시 우리 대학에는 외국인 교수로부터 범죄경력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다"며 "A교수는 당시 무리 없이 비자를 발급 받았는데 학교는 이를 A교수가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대학 외국인 교수의 경우 2년 단위로 재계약이 결정되는데 지난 2012년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재계약이 체결돼 A교수는 현재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반면 서울 시내 대부분 대학들은 외국인 교수가 교원으로 지원하면 본국에서 떼온 범죄경력 증명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외국인 교수에게 전과가 있다면 해당 교수를 채용하기는 어렵다"며 "외국인 교수의 범죄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외국인 교수 채용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하는데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B교수는 "2010년 당시 우리과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 교원 대부분이 충원됐는데 경영을 가르치는 우리과 입장에서는 사실 외국인 교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번에 A교수와 재계약하지 않은 것은 내년도에 한국인 교원을 충원하기 위한 것일 뿐 그의 범죄경력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