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하려면 기술 내놔" 中企 기술유출 피해 연간 1조원 수준

기업이 기술유출을 한 번 겪으면 납품처와 시장을 빼앗기고 성장동력을 잃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의 생존여부가 걸릴 정도로 그 파장이 크다.

중소기업들은 완벽한 기술보호 시스템 구축에 투자할 여력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반의 대비를 했다고 하지만 정작 간단한 USB메모리(이동식저장장치)나 인력 스카우트 등을 통해 기술이 유출되는 사고가 빈발한다.


심지어 2차, 3차 납품처의 경우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종종 노출되기도 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12.9%가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제공 요구를 받았다는 통계도 있다.

그중 70%가 기술 제공 과정에서 일부 또는 전체 기술 탈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 유출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건당 평균 9억1000만원이던 피해금액은 2013년 17억원까지 뛰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2010년부터 3년간 집계된 누적피해액만 총 3조원에 달한다"며 "전체 산업기술 유출사건의 72.2%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등 중소기업 기술유출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업의 기술 유출을 막고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 특허청,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정책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법'이다. 김동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해 오는 29일 시행을 앞둔 이 법은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역량을 강화하고 종합적인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중기청은 이를 토대로 심층적인 기술보호정책 자문과 실태조사, 기술보호지침 등을 새롭게 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중기청은 중소기업 기술유출 분쟁조정·중재위원회를 신설해 일반 중소기업의 기술 분쟁까지 조정, 중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중소기업기술 유출과 관련된 분쟁을 해결할 때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수위탁분쟁조정협의회 등의 수단뿐이었는데 협의회의 조정 대상이 하도급 관계, 수위탁 관계 등으로 한정되어 이용에 제한이 있었다.

중기청은 기술정보진흥원을 통해 기술보호상담과 기술유출방지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대중소기업 협력재단의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실시, 안정적인 기술 사용을 돕는다.

산업기술보호협회는 기술지킴이서비스를 구축해 사이버 침해나 내부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실시간 모니터링을 제공한다. 아울러 중기청은 중소기업이 자구책으로 기술유출 방지설비에 투자할 경우 세액공제율도 기존의 7%에서 10%로 높였다.

이밖에 특허청은 기업들의 특허를 '영업비밀보호센터'를 통해 △영업비밀 등의 원본증명 △영업비밀 관리실태 진단컨설팅 무료지공 △영업비밀 통합관리 지원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술자료 제공요구·유용 심사지침'을 지난 7월부터 시행, 대기업이 기술자료 요구 핑계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지 못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공정위는 직접 기술 유용행위를 감시해 제재한다.

중기청과 특허청, 산업부는 '우리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방안'을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상정하고 손해배상금액을 현실화하는 방안과 기업들의 분쟁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 자국의 기술보호를 위한 한중일 국제협력 등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