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사이버범죄 큰손은 '나이지리아'에 있다

중국에 이어 나이지리아가 신흥 사이버범죄의 근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나이지리아 범죄조직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기에서 기업의 무역대금 가로채기로 진화, 막대한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26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1월 현재까지 발생한 50여건의 이메일 무역사기 가운데 확인된 허위계정 IP주소의 절반 이상이 나이지리아 소재로 드러났다.


국내의 한 선박제조업체 대표이사는 5억원 상당의 무역대금을 송금했다 사기를 당해 IP주소 근거지인 나이지리아로 직접 찾아간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수사기관 협조로 피의자의 체류 장소를 알아내거나 검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내엔 아직 생소하지만 나이지리아 범죄조직은 국제 사이버범죄 분야에선 악명이 높다. 이메일을 해킹해 무역대금을 가로채는 사기 범죄는 최근 진화한 범죄의 한 형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을 통해 왕족 또는 백만장자 상속자, 기부재단을 사칭하거나 다이아몬드·금광 발견, 복권 당첨 가장, 결혼 구애 등 갖가지 수법으로 돈을 뜯어내는 사기범죄를 이른바 '나이지리안 스캠(Nigerian scams)'이라고 불러왔다.


나이지리아 형법 419조를 지칭해 '419 스캠(scams)'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도 등재돼 있을 정도다.

나이지리아를 근거지로 한 사이버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의 인터넷 보급 및 사용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니와츠 마케팅 그룹(Miniwatts Marketing Group)이 2012년 6월 기준 전 세계 24억명의 인터넷 사용자들을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 지역에 1억6730여만명이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국가별 인터넷 이용률은 나이지리아가 48.4%로 이집트(29.8%), 모로코(16.5%), 케냐(12.0%) 등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양홍석 사이버안전과 위협분석팀 경위는 "현지 암시장을 통해 이메일 주소나 아이디, 비밀번호 등 해킹리스트가 거래되고 범죄조직이 이를 구입해 테스트한 후 무역업체 등 범행대상을 선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영문 홈페이지를 구축한 회사들 중 이메일 주소를 공개한 곳도 해킹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나이지리아 범죄 총책은 국내에 인출책과 모집·수금책 등을 별도로 모집해 해외 계좌 개설을 유도하거나 사기로 번 돈을 세탁하는 과정을 거쳐 본국으로 전달받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