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개콘' 보세요?"…'웃찾사'의 이유있는 반란

머니투데이 딱TV

딱TV 기자

"아직도 '개콘' 보니?"

요즘 방송가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읽힌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벌써 눈치챈 변화다.

KBS '개그 콘서트'는 가족들이 나란히 둘러앉아 일요일밤의 마지막 여유를 즐기는 코스였다. 그런데 어느새 10~20대 자녀들은 슬금슬금 TV 앞을 떠난다.

젊은 세대들에게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세는 tvN '코미디 빅리그'다. '개콘' 시청률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트렌드를 주도하는 힘은 오히려 더 세다. 단적인 예로, '으리'(의리) 열풍의 진원지 이국주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개콘' 개그맨들이 다수 속해있는 코코엔터테인먼트의 파산과 대표이사 횡령 등의 사고는 내리막을 탄 '개콘'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듯 하다.

이 와중에 주목하지 않았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 급부상하고 있다. '코미디 빅리그'가 한창 정점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 '웃찾사'는 시나브로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한 물 갔다"는 평을 들었던 '웃찾사'는 3%대에 머물던 시청률이 어느새 두 배로 뛰었다. '개콘'을 보는 어른들은 알아듣지도 못할 유행어들이 젊은 세대 사이에선 알음알음 퍼졌다.

'배우고 싶어요', '기묘한 이야기' 등 대표 코너들의 파괴력이 상당하다. '서울의 달', '성호야' 등 구성과 연기력이 뒷받침된 코너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시사풍자 개그 'LTE뉴스'는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지상파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의 패권이 바뀔 가능성도 보인다.

현재 '개콘'의 시청률은 '웃찾사'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나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스마트폰과 VOD를 합산하는 '통합 시청률'이 하반기에 도입되면, 이 격차는 상당히 좁혀질 전망이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유투브에서 '배우고 싶어요 패러디'를 검색해 보라. 쇠가 섞인 목소리로 "스파이크~ 강시브~ 리시브~" 유행어를 따라하는 사람들의 패러디 영상이 수두룩하다.

금요일 오후11시25분. '웃찾사'의 방영 시간이다. 한 때는 '간판'이었지만 수년전 쇠락해버린 SBS 코미디 프로그램의 위상이다. '불금'과 싸워야 하고 동시간대 프로그램들 중에는 JTBC '마녀사냥'과 tvN의 인기 드라마와 맞대결을 해야 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웃찾사'의 시청률은 6%를 넘나든다. 화제의 코너 '배우고 싶어요'는 자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장한다. 아직 '대세'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부활의 날개짓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2월 12일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