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삼성메디슨 합병 무산, '현실의 벽'에 막혔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가 삼성메디슨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이 '장고' 끝에 무산됐다. 지난해부터 계열사간 사업재조정에 나섰던 삼성은 의료기기 사업을 '일원화'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현실적 제약에 결국 원점으로 되돌린 것으로 관측된다.

◇장고 끝 "합병-분할계획 없다"

삼성전자는 27일 오후 공시를 통해 "당사는 삼성메디슨과의 합병 또는 의료기기사업부 분할 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2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삼성메디슨과 합병 등에 대해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고, 한달 뒤인 10월1일에는 "중장기적으로 의료기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메디슨과 합병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이로부터 5개월 뒤, 삼성전자는 의료기기 사업 '일원화'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의료기기 사업은 현행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삼성메디슨'의 양두 마차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수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은 삼성메디슨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합병 왜 무산됐나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메디슨과의 합병 계획 무산을 발표했지만,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우선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시장의 특수성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합병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지만, 현실의 벽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영업의 경우 리베이트 등 산업 내부의 자체적인 기준과 특성이 존재한다"며 "엄격한 통제시스템을 갖춘 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을 인수하게 될 경우 이같은 산업의 특수성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B2B시장인 의료기기 시장을 단순히 제품과 기술 만으로 뚫고 들어가기는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이같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합병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서 의료기기사업부를 분할해 삼성메디슨과 합치는 방안도 일부 제기됐지만, 정작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았다는 평가다.

이미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전자의 브랜드를 앞세워도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메디슨 주도의 '단독 플레이'는 현실적으로 무리였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