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 축소시킨 박원순, '늘공' 비서실장 발탁(상보)

서정협 신임 서울시 비서실장

재임 9개월에 접어든 박원순 서울시장이 측근 조직인 비서실을 대폭 축소했다. 비서실 중 정책수석실과 미디어수석실을 없애고 내부 행정공무원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실·국장 등 공무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소통'을 확대함으로써 행정 실무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른바 '늘공(늘 공무원)'이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몸집과 입김을 줄인 것.


2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최근 비서실 중 정책수석실과 미디어수석실을 없애고 실·국장 책임제와 매주 시장이 주재하는 정례회의를 도입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결재했다.

신임 비서실장에는 내부 행정공무원인 서정협 정책기획관(50)을 보임했다. 그동안 지방별정직 공무원으로 임용하던 비서실장을 일반 행정직 공무원으로 보임, 실·국·본부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것.

비서실 체제 기능 개편에 따라 서왕진 전 정책수석은 정책특보로, 추경민 전 정무보좌관은 기획보좌관으로 발령됐다. 천준호 비서실장은 임용절차에 따라 재채용을 거쳐 정무보좌관을 맡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 비서실은 박원순 시장 1기 때부터 정책수석, 정무수석, 비서실장, 미디어수석 등 4개 조직으로 꾸려져 왔다. 이들 조직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박 시장의 브레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비서실 내 '정무라인'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시장과 실·국장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낙하산' 인사라는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고 현장에서 시정사업을 이끌 현업부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측근 조직인 비서실에 매스를 대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정책수석과 미디어수석실은 사라짐에 따라 비서실 조직이 대폭 축소됐다. 비서실장 밑에는 기획 및 정책보좌관을 두고 정무적인 사안을 조율키로 했다. 국회 등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정무수석은 강화해 외부에서 물색 중이다.

이에 앞서 김원이 정무수석과 문호상 미디어수석은 사의를 표명, 박 시장도 사실상 수용해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실·국장책임제와 매주 시장이 주재하는 정례회의가 도입돼 공무원 권한과 책임이 강화된다. 실·국장의 연초 업무보고 사업 추진 성과를 평가해 인사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재임 이후 비서실 조직에 큰 변화가 없어서 걸맞는 조직개편이 필요했다. 공무원이 목소리를 내고 소통을 활발히 해 실제 시정사업을 추진하는데 속도가 붙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정협 신임 비서실장은 언론담당관, 행정과장 등 시정 전반을 아우르는 주요 과장 보직을 역임했고, 관광정책관으로서 서울의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