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신해철 사망원인 '병원과실'로 잠정결론…병원측 "책임다했다"

고 신해철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 사진 = 이기범 기자

고(故) 신해철씨 사망에 대해 경찰이 S병원 원장 강모씨의 '과실'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신 씨에게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 유착 박리술을 실시한 S병원 원장 강모씨(44)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이르면 4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10월 17일 신씨의 동의 없이 위축소술을 감행, 소장과 심낭(심장표면)에 각각 1㎝와 3㎜의 천공(구멍)을 유발하고 복막염과 패혈증을 야기한 혐의(업무상과실 치사)로 이르면 이달 4일 검찰에 넘겨진다.

◇수술 후 신씨 "정상 회복과정이 아니였다" 근거는?

경찰에서도 이 같은 강씨의 의료행위에 과실여부가 있었는지 확인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의료중재원(중재원)을 비롯해 서울시내 유명대학병원 전공의들에게 블라인드(신씨인지 밝히지 않음)검사까지 진행됐다.

사망원인으로 제기됐던 병원측 의료과실이 경찰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특히 강씨가 신씨의 동의 없이 일부시술을 진행했고, 수술 후 환자가 고통을 극심할 고통을 호소했으나 이를 단순한 회복진행 과정이라고 치부하며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의사로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복막염 수술 후 장 등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환자 경과를 살펴야 하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수술 10일 후 사망에 이르는 주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증거자료로는 의협과 중재원에서 진행된 감사와 전공의들의 블라인드검사 결과가 뒷받침됐다. 의협과 중재원은 수술 이튿날인 지난해 10월19~20일 신씨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후속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20일 신씨는 38.8도가 넘는 고열과 배와 가슴의 극심한 통증, 메스꺼움 등의 고통을 호소했지만 강씨는 "수술 후 일반적인 회복 증상이다. 참아야 한다"며 "복막염은 아니니 안심하고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앞서 강씨는 수술직후 신씨가 통증을 호소하는 점을 알고 있었으며 흉부 엑스레이를 통해 폐 사이에 공기가 차는 증상(종격동 기종)과 심낭기종까지 발견한 상태였지만 일반적인 수술 회복과정으로 치부했다.

당시 신씨의 백혈구 수치는 치솟았고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서는 비정상적 공기가 관찰됐었다. 이에 병원 측은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마약성 진통제를 투입하는 등의 간단한 조치로 일관했다. 고인은 통증을 참으며 20일 오후 1시30분 퇴원했다.

경찰과 의협, 중재원 등은 이 점에 있어서 강씨가 의사로서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초 수술이 잘못됐더라도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통해 살릴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의협과 중재원은 "발생한 통증과 검사 결과가 모두 정상 회복과정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특히 백혈구 수치만 봐도 신씨는 당시 1만4900로 정상 수치(4000~1만)보다 훨씬 높았다고 강조했다.

◇강씨측 강력부인…"의사로서 책임 다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씨측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강씨는 특히 신씨가 위축소 성형술을 요청했다는 증거가 남아있으며 통증에 대해서도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의사로서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강씨측은 의학적인 판단을 의무기록 등 기록지 위주로 대한의사협회와 분쟁조정중재원에 의뢰한 자료를 토대로 혐의를 입증한다는 것도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술을 진행한 의사의 의견을 배척하고 기록만으로 결과를 추측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강씨측은 "수술동의서에 위축소 성형술에 대한 설명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신씨에게 주의의무를 줬음에도 이를 무시했다"며 "게다가 수술과 사망사이의 의학적 인과관계 규명 없이 기록만으로 피의사실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