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 韓·美 이미 금리 역전…당분간 단기물 강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 시대에 진입하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와 금리차가 점차 좁혀지게 됐다.

30년물은 이미 지난해부터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난데다 최근 10년물조차 미국과 한국 국채 사이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은 3월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기존 2.00%에서 1.75%로 25bp(1bp=0.01%p) 인하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전격 인하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국내 국고채 지표금리도 함께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국고채 3년물은 이날 전일 대비 1.1bp 내린 1.896%에 장마감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10년~30년물은 장 초반 강세를 보이다 막판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며 약세 마감했다. 10년물은 전일 대비 3.1bp 오른 2.347%에, 20년물은 2.8bp 오른 2.538%에, 30년물은 2.4bp 오른 2.623%에 각각 마감했다. 외국인은 10년 만기 국채 선물 3월물을 2055계약 순매도했다.


이슬비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오는 17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 변화 신호가 나올지 여부를 두고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 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기본적으로 국내 채권 시장에 반가운 소식임은 맞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장기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기준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2.686%로 같은 만기의 한국 국채 금리 (2.599%)보다 9bp높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미국 국채 30년물과 우리나라 국채 30년물 금리는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3월 들어 미국 금리는 줄곧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이미 같은 만기 한국 국채 금리를 앞질렀기 때문에 외인으로 부터 큰 매수 동인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한국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미국은 반대 심리가 부각되며 최근에는 10년물 금리차도 점차 좁혀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 초 미국 국채 10년물(2.111%)과 같은 만기 한국 국채(2.660%) 금리차는 54.9bp였지만 전일 기준 금리차는 20.6bp로 좁혀졌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가 우리나라보다 등급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금리 매력 때문이었다"며 "이런 메리트조차 떨어지면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고채 3년물의 금리차는 여전히 벌어져 있다는 점, 또 그동안 국내 장기채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금리에 민감한 매매패턴을 보이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채권시장에 들어온 외인 투자자의 성격은 주로 중앙은행이나 정책자금인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대규모 자금이탈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기물을 중심으로 보면 현재 미국 국채 3년물 지표금리는 1% 내외에서 움직이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1% 후반대여서 금리차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한 의견들이 팽팽히 맞서는만큼 단기물 중심으로 강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신동준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인하를 선반영하는 과정에서의 금리 차를 고려하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대비 20bp 내린 1.70%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금리인하 직후 채권금리 반등은 매수 기회로 보고 1.70% 이하에서는 이익실현을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