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미다스 정운호, 300억 투자금 조기반환

대중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이 2012년 KTB프라이빗에퀴티와 LB인베스트먼트에서 유치한 300억원의 투자 원금을 이자와 함께 전액 상환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 수요가 폭발하면서 실적이 개선되자 고리의 자금을 2년 만에 갚은 뒤 같은 규모의 자금을 프리IPO(기업공개) 딜로 또 다시 유치했다.

30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외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은 300억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통한 프리IPO에 최근 성공했다. 약 3%의 신주를 주당 76만원에 발행하기로 하고 이를 복수의 국내외 투자자들에 매각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더페이스샵 신화'를 쓴 정운호 회장이 이끄는 회사다. 정 회장은 십대후반에 상경해 서울 명동에서 바나나 행상을 하다 화장품 사업으로 발을 돌려 크게 성공한 사업가로 유명하다. 2003년에 더페이스샵을 설립해 사모펀드와 LG생활건강 (392,000원 ▲16,500 +4.39%)에 단계적으로 팔아 개인적으로 1500억원 이상의 부를 얻었다.

정운호 회장은 회사를 매각한지 2년 만인 2010년 초 다시 화장품업계로 돌아와 지인들이 설립한 네이처리퍼블릭을 인수해 재기에 나섰다. 회사는 2013년까지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 300억원의 상각 전 이익(EBITDA)을 내며 환골탈태했다는 평을 듣는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급성장은 '수딩젤'이라 불리는 알로에베라 보습크림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이뤄졌다. '수딩젤'은 개당 4400원짜리 제품으로 중국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한 번에 수십 개씩 사면서 실적과 이익이 동시에 급증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수딩젤'의 한 달 생산량을 500만개까지 늘렸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4000억원대 후반의 매출액에 6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2년 말에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KTB PE와 LB, 신한캐피탈, LIG손해보험 등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300억원을 유치했다.

이 자금에는 연간 7.5%의 이자 지급과 신주전환권, 3년 이내 IPO 요구권 등 제반 조건이 포함됐다. 정운호 회장은 이 자금을 3년이 아닌 2년만에 원금과 이자를 더해 조기반환하면서 조달비용을 아끼고 IPO 시기를 독립적으로 택할 수 있게 됐다.

KTB PE는 PEF 투자자들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했지만 분리형 BW 가운데 신주인수권은 남겨 네이처리퍼블릭 상장시 추가 이익을 노리게 됐다. 원금은 미리 상환받았고 IPO 과정에서 앞으로 발행될 신주를 취득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주당 20만원인데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주당 76만원에 신주를 발행했다. KTB PE로선 원금과 BW 이자 외에도 최소한 투자금의 4배가량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KTB PE 등에 원금과 이자를 갚으면서 동시에 전체 기업 가치를 최소 6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게 됐다. 올 회사 실적이 지난해와 같은 속도로 향상될 경우 연말께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거래 관계자는 "정운호 회장은 중국발 국내 화장품 수요가 거품이 아니라 앞으로도 최소 5년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올해 말 네이처리퍼블릭이 상장에 성공하면 정 회장의 개인재산 가치는 조단위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