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3000억 하이닉스 유상증자 방식으로 판다

대한전선 매각이 신규 유상증자 후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파는 것이 아니라 3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구조다.

27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등은 대한전선 매각을 위해 2000억~3000억원의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IMM PE가 인수하는 방식을 협상 중이다. 현재 대한전선의 시가총액은 약 2000억원으로 IMM PE가 신주 물량을 인수하면 자연스레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과거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방식과 유사하다. 기존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유상증자 방식을 사용하면 인수자의 가격 부담을 덜어주고 자금유입의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다. 최근에는 법원이 팬오션을 매각하며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채권단이 유상증자 방식을 협의하는 이유는 지분(구주)을 매각할 경우 인수자와 매각가에 대한 이견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채권단과 인수 후보자간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로 매각이 한차례 무산된 적이 있다.

채권단은 2013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대한전선 보통주 5840만 주(지분율 35.71%)와 전환우선주 4432만 주(100%)를 출자전환 방식으로 취득했다. 지난해 채권단은 출자전환하기 전 채무를 상환받는 수준인 7000억~8000억원을 원한 반면 본입찰에 단독 입찰한 한앤컴퍼니는 우발 채무가 높은 데다 실제 주가 수준이 이에 못미친다는 이유로 1000억원 수준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도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지분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 대한전선의 현재 시총(거래정지 전 1962억원)은 2000억원을 밑돈다. 채권단의 적잖은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채권단은 프라이빗 딜(수의계약) 형식으로 IMM PE와 협상에 나섰고 매각방식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바꿨다. 2000억~3000억의 신주를 유상증자로 부여해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대한전선의 시총을 감안하면 IMM PE는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대한전선의 가치가 높아진 것은 협상에 긍정적이다. 채권단은 매각 실패 후 대한전선에 대해 5 대 1 무상감자를 단행하고, 15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대한전선의 실적도 지난해 15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매각에서 걸림돌로 지적됐던 우발채무도 낮아졌다. 지난달에는 대한전선이 들고 있던 565억원의 스톤건설 회생채권을 대명종합건설이 인수하면서 우발채무가 줄었다. 지난해 2조원에 달하던 우발채무는 현재 3000억~4000억원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면 채권단의 지분은 현재 보유량의 절반으로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입되는 돈은 채권단의 채무를 변제하는 데 쓰이거나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