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조, 통상임금 집단소송에 퇴직자까지 동원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현대중공업 (128,900원 ▲1,600 +1.26%) 노동조합이 통상임금을 놓고 현재 진행 중인 대표소송과 별개로 정년 퇴직자들까지 동원한 집단소송에 나서 불필요한 소송전 남발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고법을 거쳐 대법원에서 대표소송 결론이 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를 중복 소송으로 사측을 압박하면서 6분기 연속적자 기업에 소송비용 부담까지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통상임금 집단소송을 위한 위임장 접수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정년퇴직한 직원들에까지 소송 참여를 유도하고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2월에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각종 수당 및 퇴직금 증가분을 지급하지 않아 집단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며 "통상임금은 퇴직금 산정방식과 관련이 있는 만큼 퇴직자들도 소송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집단소송을 통해 2012년 12월29일부터 2014년 5월31일까지 근무기간 중 통상임금을 재산정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기간은 2012년 말 10명의 근로자가 제기했던 대표소송 근무기간(2009년 12월29일~2012년 12월28일) 직후부터 상여금 700% 지급에 합의한 단체협상 직전까지의 근로기간에 해당한다.


회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노조의 집단소송이 2심이 진행 중인 대표소송 결과에 그대로 종속되는 구조에서 노사 모두의 에너지 낭비를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2월 울산지법은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상여금 800%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노사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란히 고법에 항소했다.

회사 측은 "대표소송 최종 결과는 2009년 12월29일 이후부터 일괄 적용될 수밖에 없다"며 "집단소송은 대표소송이라는 큰 틀 안에 완벽하게 종속되는 구조인데 노조가 별도 소송을 진행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집단소송에 퇴직자들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미 진행 중인 대표소송이 대법까지 이어질 공산이 큰 상황에서 1심 판결만으로 퇴직금 증가분 등을 지급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회사가 최종 판결시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합산해 지급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고법, 대법 판결 때마다 노사가 통상임금 증가분을 주고받기를 반복하는 건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판결시 지급할 돈을 미리 지급하라는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집단소송에 들어가면 개개인의 임금구조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소송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대표소송이 먼저 종결되면 집단소송은 중복제소에 의한 각하 결정이 내려져 그동안 노사가 투입한 소송비용을 모두 날릴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 침체와 저가 수주경쟁 여파로 2013년 4분기 871억원 영업손실이 발생한 이후 올 1분기 1924억원 영업손실을 입기까지 6분기 연속 영업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