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현대에너지 덫에 빠진 남동발전

현대에너지에 700억원을 투자한 한국남동발전이 함께 투자한 현대건설의 지분매각 검토로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현대에너지가 손실을 지속하는 가운데 4년 전 재무적투자자(FI) 보증을 남동발전이 단독으로 서서 쉽게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다.

27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현대에너지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현대에너지 지분 51.8%(우선주 포함)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에너지는 여수산업단지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로 2009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 주체는 현대건설, 남동건설, 보임에너지다. 총 사업비는 5600억원으로 세 회사가 1100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나머지 4500억원은 국민연금(900억원), 산업은행(550억원) 등 금융권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사업 시작했다.

하지만 2011년 보임에너지가 경영난을 이유로 출자약정에 따른 자금보충을 시행하지 못하자 현대건설과 남동발전은 보임에너지의 일부 지분과 추가 유상증자 부분을 합쳐 21% 지분을 FI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FI로 참여한 NH농협은행 등은 240억원을 투자하는 대신 투자수익 보장과 향후 지분을 액면가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요구했다. 이에 남동발전은 단독으로 연복리 7.65%의 수익률과 지분인수일부터 10년, 15년, 17년 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옵션을 보장했다.


남동발전의 투자수익 보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라는 반응이다. 업계관계자는 "FI 투자 보증을 할 경우 기존 최대주주인 현대건설과 함께 지분율에 따라 보증을 서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현대건설보다 지분이 적은 남동발전이 모든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또 있다. 남동발전은 보증을 서는 대신 FI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위임받기로 했으나 결과적으로 의결권은 보임에너지에게 돌아갔다. 또 향후 콜옵션을 통해 21%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도 총 지분율이 50%에 못미쳐 현대에너지 운영에서 현대건설에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의미없는 투자 보증을 남동발전 혼자 선 것이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뒤늦게 관계자를 징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700억원(FI 보증금 포함)의 투자금 회수도 요원한 상태다. 현대에너지는 지난해까지 누적순손실을 70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발전소 완공 뒤 2013년부터는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남동발전은 내부적으로 투자비 회수에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 회수한 부분은 없다.

향후 이익이 난다해도 현재까지 투입된 4000억여원의 PF에 대한 이자지급만 연 250억원에 달해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애초 사업 타당성이 잘못 계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말 기준 현대에너지의 장부가를 투자금의 절반 정도인 36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에너지보다 많은 800억원을 투자했으나 상황이 다르다. 현대에너지를 대상으로 4000억원 이상의 공사비 매출을 올려서다. 이는 투자금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총 사업비의 70% 가량이 현대건설로 들어갔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공사가 완료된 상태에서 계속 손실을 내는 현대에너지의 지분을 보유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대에너지의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매각에서 좋은 금액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