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학들 15년 뒤 절반 문 닫는다"…기폭제는?

한국 교육계에는 몇 가지 오래된 논쟁거리가 있다. '현재의 학교 교육 시스템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가'라는 주제도 그 중 하나다. 이 논쟁의 한 쪽 극단에서는 앞으로 학교교육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주장한다. 틀에 갇힌 사고, 틀에 박힌 교육으로 인재는커녕 낙오자만 길러낸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요점이다.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는 데에는 이러닝(e-learning),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등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불안해하고 잠자는 교실에 익숙해지느니 차라리 '홈 스쿨링(home schooling)'을 선택하겠다는 이들이 교육계에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교육'이라는 유력한 대안이 없었다면 실천에 옮기기 쉽지 않은 선택지다.


'지식의 전달과 습득'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온라인 교육은 학교 교육을 대체하고도 남음이 있다. 한국 온라인 교육의 대표주자인 메가스터디의 모토는 '대한민국 최고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에게'였고, 이는 현실이 됐다. 메가스터디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학교교육의 입지가 좁아드는 것을 교사들은 실제로 목도했다.

해외의 사례는 보다 극단적이다.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수업)가 기존 교육의 틀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것. 하버드, MIT, 스탠포드, 버클리 등 미국 유수의 대학들이 무료 수업공개에 나섰고, 이를 활용한 코세라(coursera), 에드엑스(EDX), 유다시티(Udacity), 유데미(Udemy) 등 대규모 온라인 무료교육이 미국을 대표하는 교육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MOOC가 가져올 변화로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앞으로 15년 내에 세계 대학의 절반 정도가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근거를 들어보면 △미국의 학자금 대출총액 1조달러 돌파 △그럼에도 2012년 미국 대학 졸업생 중 30만명 이상 최저 임금 일자리 근무 △코세라 설립 1년만에 학생 등록수 300만명 돌파 △미국 대학의 43%, 2016년부터 MOOC 제공 예정 등 논리정연하다. 한 마디로 전통적인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게 핵심이다.


MOOC는 단순히 강좌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자와 학습자들간 상호 토론이 가능하고 시험도 친다. 소액의 비용을 내면 수료증까지 준다. 수강생의 국적은 200여개국에 달한다. 교육의 질이 기존 전통교육과 크게 다를 바가 없거나 더 뛰어난 데도 비용은 거의 무료에 가까운 것이다.

유다시티의 경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유다시티는 지난해 '나노 디그리(Nano Degree)'라는 1년 과정을 만들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들은 최신 기술을 가진 우수 인력을 선호하지만 현실에 그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에 착안했다. 웹개발자, 모바일개발자, 데이터분석가 등 수 천명이 등록했고, 과정을 마치면 이들은 유수의 IT 기업들로 곧바로 채용된다. 구글, 페이스북, AT&T 등의 기업들은 나노 디그리 수료자만을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대학 과정은 1년도 길다며 3개월까지 줄어든 상태다. 미국 다빈치연구소는 현재 3개월간 최신 지식을 가르친 후 곧바로 일자리와 연결해 주는 '마이크로 칼리지'를 운영 중이다.

MOOC의 혁신은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 대학들로부터 나왔다. 자기 살을 갉아먹는 일에 왜 대학들은 이토록 열심인 걸까.

"처음 대학들이 수업을 무료로 공개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대학이 곧 망할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몇몇 잘 나가는 대학들이 더 잘 나가기 위해 벌인 일들이 결국 학문 생태계를 파괴할 거라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겨났습니다. MOOC의 혜택은 영어권 국가인 인도에서 두드러졌는데 15세 소년이 박사 수준의 학문적 성과를 내고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미국의 대학들은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흡수해 막대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MOOC에 열정을 보인 대학들은 통계적으로 더 나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형 MOOC 개발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경희사이버대의 이희수 창의행정지원팀장의 말이다.

하지만 MOOC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MOOC가 지식 식민지화를 보다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의 미국 아이비리그 주도형 모델은 지역적, 학문적 특수성과 다양성이 결여돼 서구 학문을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시도조차 불가능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의 문제는 MOOC에 보다 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온라인 교육이 학교교육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에 있어서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미래의 사회인이 가져야 할 핵심 능력으로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갈등조정능력 등이 두드러진다고 봤을 때 과연 개인 선택형 중심의 온라인 교육이 그런 능력들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혹자는 이를 '냉장고에 먹을 게 넘쳐나도 엄마가 없으면 먹을 엄두를 못 낸다'는 말로 표현한다. 지식의 생산량 못지않게 가공자(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좋은교사운동의 김진우 공동대표는 "MOOC 등을 통해 좋은 콘텐츠가 많이 공유돼 있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좋은 콘텐츠들이 학교 수업에 잘 활용이 안 되는 경향이 있는데 '거꾸로교실'이 수업혁신을 보여준 것처럼 MOOC의 콘텐츠들이 수업에 접목돼 창의적으로 재발전 될 수 있다면 분명 혁신적인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