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감위 "증시 '검은 그림자'…공매도 그냥 두지 않겠다"

중국 A증시가 연일 특별한 악재 없이 급락하는 가운데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악의적 공매도 세력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증시의 검은 그림자로 통하는 공매도는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도 폭락장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금지 조치를 당한 적 있다.

이날 중국금융선물거래소도 19개 특정 주식 계좌의 공매도를 앞으로 한 달간 중단시킨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이들 계좌가 증감위가 언급한 악의적 공매도 세력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중궈신원망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증감회가 거래수수료 인하와 신용거래 담보유지비율 완화 같은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지난 2일 또다시 원인 모를 급락장이 펼쳐지자 증감회는 악의적 세력들이 A증시를 공매도로 조작하고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증감회는 증권선물거래소의 시세조정 가능성이 있는 공매도 거래를 집중 조사해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이를 중국 공안에 넘겨 수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과도한 급락장, 원인은 공매도?=사실 지난 26일만 해도 증감위는 A증시 급락을 자발적 조정이라고 판단했다. 대규모 IPO(신규상장) 청약으로 증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데다 신용거래 규제에 따른 투자 위축이 자연스러운 조정을 불렀다고 믿었다. 무엇보다 A증시가 너무 빠르고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이 수준의 조정은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또다시 장중 한 때 7% 이상 급락장이 펼쳐졌고, 다시 지난 1일과 2일에도 연이어 8% 넘게 증시가 폭락하자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급기야 시장에서는 일부 해외자금을 운용하는 투자기관에서 악의적 공매도로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중국 금융선물거래소도 지난 1일 중국 선물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총 38개 QFII(A증시 주식에 직접 투자할 자격이 있는 외국투자기관)와 25개 RQFII(역외 위안화 자금으로 A증시 주식과 채권에 직접 투자할 자격이 있는 외국투자기관)의 선물· 현물 거래 내역을 일제히 들여다봤다.

현재로선 금융선물거래소가 이 조사에서 불법 공매도 여부를 확인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날 금융선물거래소는 19개 계좌에 대한 선물 공매도를 전격 금지시켰다. 금지 기한은 한 달이다. 이번 금지는 증감위의 ‘악의적 시세조종 세력’에 대한 조사에 앞서 일종의 선제 조치로 읽힌다. 이들 계좌는 최근 선물시장에서 지나치게 많은 매도 거래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공매도 폐해 '현재진행형'=한국에서도 공매도는 증시의 ‘검은 그림자’로 악명을 떨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 증시 폭락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대거 공매도가 나오며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에 금융감독위원회는 2008년 10월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시켰다. 이후 2009년 6월 비금융주는 공매도 금지가 해제됐고, 금융주는 2013년 11월 공매도가 허용됐다.

공매도의 압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3년 4월에는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공매도 세력에 시달려 공황 장애에 이를 지경이라며 정식으로 이를 조사해달라고 감독 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삼성물산 3대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공매도가 급증하기도 했다. 엘리엇이 차익을 챙긴 뒤 주식을 팔고 떠나면 삼성물산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대거 공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A증시는 공매도 세력에 대한 조사 방침 이후 하락폭이 크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장 후반으로 갈수록 하락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장 중 한 때 -7% 이상 떨어진 상하이종합지수는 19개 계좌의 공매도 금지 방침이 발표되자 단번에 4%p 이상 회복하기도 했다. 선전 증시도 비슷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장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딸리며 다시 낙폭을 확대, 결국 또다시 급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대비 5.77% 하락한 3686.92를, 선전종합지수는 5.30% 떨어진 2098.48을 기록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이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고 돌아오는 결제일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주식을 사서 되갚고 차익을 챙긴다. 주식을 빌려 이른바 ‘지렛대 효과(레버리지)’로 공매도를 할 수 있고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매도가 많은 종목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유럽조차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를 주가 급락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를 금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