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7년 숙원' 금강산 관광길 다시 열릴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3월 '상공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뒤 가진 오찬에서 건배 구호로 '열려라 금강산'을 선창했다.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같은 상을 받게 된 뜻 깊은 자리였다.

현 회장은 건배 제의 후 "선대 회장께서 온몸으로 열어놓으신 금강산 관광이 7년째 답보상태라 송구한 마음 감출 길 없다"며 "금강산 관광이 조속히 재개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룹의 핵심사업인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강한 열망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25일 새벽까지 나흘간 이어진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현 회장의 '7년 숙원'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남북이 합의한 공동보도문에는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으나 민간교류 활성화에 합의한 만큼 향후 전개될 당국간 회담에서 대북사업 정상화 논의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7년 숙원'= 현 회장에게 금강산·개성관광 사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물꼬를 연 대북사업은 남북 평화와 신뢰구축을 상징하는 민간교류의 장이었다. 특히 1998년 첫 시작된 금강산 사업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 사고로 중단될 때까지 195만5951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정도로 대표적인 남북경협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은 남북 상시 대화채널의 역할을 유지해오며 남북간 평화 유지와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이산가족 상시 상봉의 환경이 조성된 것도 2008년 금강산 관광특구 내에 이산가족 면회소가 준공된 이후"라고 말했다.

대북사업 재개는 현대그룹의 경영정상화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현실적 필요성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대그룹은 주력인 해운사업과 함께 대북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금강산과 개성관광 중단으로 7년 동안 현대그룹이 입은 매출손실은 1조241억 원으로 추정된다. 3조원이 넘는 자구안 실행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대북사업을 반드시 정상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아산, 남북경협 활성화 기대= 금강산·개성관광 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이 남북 고위급 접촉 내내 사실상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며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 회장도 실무진으로부터 협상 추이를 실시간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은 이날 이산가족 상봉 합의와 관련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남북 당국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합의점을 찾아낸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남북경협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으로서 이산가족 상봉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지만 내심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현대아산은 당국간 대화가 진행될 경우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는 물론 개성공단 추가 개발 등 남북경협 활성화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이번 합의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대화가 진행된다면 개성공단의 추가 개발 등 주요 대북사업들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