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케미칼, 자회사 IPO·경영권 안정…독자경영 준비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이 한솔케미칼 자회사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에 나선다. 한솔케미칼 지분도 확보하며 경영권 안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업계는 한솔그룹과의 계열분리에 대비한 독자경영의 준비로 본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솔케미칼은 최근 자회사인 한솔씨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한솔씨앤피의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581억원이다. 한솔케미칼은 한솔씨앤피 지분 78.95%를 보유하고 있다.


한솔씨앤피는 1996년에 설립된 전자기기 코팅재 전문업체다. 2007년 12월에 한솔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뒤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해왔다.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에 코팅재 사용이 늘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2010년에 116억원에 그쳤던 매출이 4년 만에 3배(345억원)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억원에서 28억원으로 14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95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올려 실적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솔케미칼은 당초 한솔씨앤피의 지분 100%를 보유했으나 상장을 앞두고 교보증권, 한화인베스트먼트 등 FI(재무적투자자)가 전환상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지분이 78.95%로 낮아졌다. 공모가가 예상밴드 상단으로 결정될 경우 한솔케미칼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450억원 이상으로 현재 장부가인 125억원의 3.5배가 넘는다. 한솔씨앤피는 상장과정에서 150억원 가량을 조달해 연구개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자회사 IPO와 함께 조 명예회장은 한솔케미칼의 주식을 매입하며 경영권을 안정화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9월25일부터 지난 12일까지 7차례에 걸쳐 한솔케미칼 지분 0.7%(7863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현재 조 명예회장의 지분은 14.41%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14.99%로 늘었다.

조 명예회장이 최근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은 특수관계인이었던 한솔홀딩스가 지난 7월에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한솔케미칼 보유 지분 전량(3.19%)을 처분해서다. 이에따라 조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8%에서 14.92%로 낮아졌고 16.11%를 보유한 KB자산운용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KB자산운용은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향후 블록딜을 통한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이 보유한 지분(11.12%)을 더하면 자산운용사가 총 27.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과 장녀인 조연주 부사장 등이 최근 지속적으로 지분을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최근 일련의 과정은 한솔그룹과 계열분리를 준비하는 작업으로도 풀이된다. 조 명예회장의 동생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이끄는 한솔그룹은 지난해 8월에 한솔홀딩스를 설립한뒤 지주사 체제로 전환 중이다. 한솔홀딩스의 한솔케미칼 지분 매각도 이런 과정에서 이뤄졌다. 한솔케미칼이 보유한 한솔홀딩스(1.74%), 한솔제지(2.47%) 지분을 매각하면 조 명예회장의 한솔케미칼-한솔씨앤피, 조 회장의 한솔홀딩스-한솔제지로 계열분리가 이뤄진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한솔홀딩스의 한솔케미칼 지분 정리는 지주사 요건을 맞추기 위한 과정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현재 계열분리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