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IPO 어느새 1.5조, IT버블 후 최대

코스닥 시장 IPO(기업공개)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2000년 IT버블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아직 연말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는 점과 상장 예정기업이 30여곳 남은 만큼 2000년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공모했거나 공모규모를 확정한 기업 기준 코스닥시장 공모규모는 1조5729억원이다. 올해를 2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2000년(2조5586억원)이후 연간 최대 공모규모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2000년 이후 최대기록은 2010년 1조3897억원이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공모규모의 큰 증가는 우선 상장기업수에서 기인한다. 이미 공모한 기업과 공모를 확정한 기업의 수가 73개다. 지난해 공모기업 수(67개)를 넘어선 수준으로 2010년(74개)과 비슷하다. 아직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올해 100개 기업 이상이 공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개 기업 이상 공모는 2002년 이후 13년 만이다.

대형 공모기업이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우선 오는 4일 상장예정인 더블유게임즈가 2777억원을 공모했다. 2005년 코스닥 통합 이후 최대 규모로 코스닥시장 역대 3위의 기록이다. 또 이날 케어젠이 1782억원의 공모규모를 확정했고, 지난 7월에 상장한 파마리서치 프로덕트가 1237억원을 공모했다. 이들 세 회사의 공모규모가 전체의 36.8%를 차지한다. 이외에도 오는 25일 상장예정인 하이즈항공도 1000억원 이상을 공모할 계획이다. 지난 5년간 1000억원 이상 공모한 기업이 총 4개뿐인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다.

이와 함께 스팩(SPAC) 상장도 공모규모 증가를 이끌었다. 이날 기준 상장을 완료한 스팩은 총 40개로 4000억원을 공모했다. 전체 공모기업의 절반 이상이 스팩이었다. 업계는 연내 10여개의 스팩이 추가로 상장할 것으로 본다.


당초 올해 거래소는 코스닥 공모규모가 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몇몇 기업의 상장이 늦춰지고,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게 형성되는 기업이 생기면서 2조7000억원 달성은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2조7000억원은 예정된 공모기업과 공모가를 최대로 설정했을 때 나온 공모규모"라며 "중간에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추정가보다 더 낮아질 수 있으나 2조원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에서 늘어난 공모규모에 비해 내실이 없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특별한 사업활동이 없는 스팩이 상장기업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적자 기업의 상장도 늘어서다. 올해 코아스템, 펩트론, 에이티젠 등 적자기업이 이미 상장을 마쳤고, 아이진과 팬젠이 곧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의 공모규모만 12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높은 승인율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올해 예비심사 결과가 발표된 기업 97개(심사철회 제외) 중 미승인으로 결정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예비심사 승인율이 95%에 육박한다. 70%대였던 심사승인율은 2013년 들어서며 90%대로 급등했다. 상장문턱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IB(투자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상장과 관련해 거래소와 사전 협의를 거친 뒤에 심사를 청구하고,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상장을 철회하기 때문에 승인율이 높아진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최근의 승인율은 예비심사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