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 16년 동맹 체제 균열 생기나

16년 동안 이어진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와 일본 닛산의 동맹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르노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지배력 강화에 나서면서 양사간 제휴관계가 위태로워졌다. 닛산은 프랑스 정부의 행보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사간에 우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제휴관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3일 보도했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CCO(최고경쟁력책임자)는 이날 닛산자동차의 실적 발표 자리에서 “르노의 지배구조상 최대주주인 프랑스 정부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큰 문제이며 이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르노와 닛산은 지분 관계가 얽혀 있어 프랑스 정부가 르노 경영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닛산에도 여파가 미친다. 양사는 1999년에 르노가 닛산 지분을 인수한 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라는 이름으로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양사는 합병한 것은 아니지만 인사, 구매, 연구개발 등 실질적으로 통합된 부분이 많다. 생산공장에서는 르노와 닛산 차량이 함께 만들어지며 부품도 합동으로 구매하고 있다. 경영학계에서는 르노와 닛산의 제휴를 모범적인 기업문화 통합 사례로 꼽아왔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4월에 르노 지분 5%를 추가 매입하면서 총 지분율 19.7%로 최대주주가 됐다. 프랑스 정부의 의결권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 정부가 도입한 플로랑주법에 따르면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반대하지 않으면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한 장기 투자자들의 의결권은 보유 지분의 2배로 확대된다. 1주1의결권에 반하는 차등의결권을 주는 이 법안은 사실상 프랑스 정부의 기업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내년 4월 이 법이 적용되면 프랑스 정부는 르노 의결권의 32.8%를 차지하게 된다고 FT는 전했다. 다임러 등 다른 장기주주들의 존재로 인해 정확히 보통주의 2배 수준으로 의결권이 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르노의 2대 주주인 닛산의 경우 15%의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현재로선 의결권이 없다. 르노는 닛산의 지분 43.4%를 가지고 있는데 프랑스 회사법에 따르면 출자 받은 지분 비중이 40% 이상일 경우 해당기업은 출자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가질 수 없다. 이에 따라 양사는 르노의 닛산 출자 비중을 40% 미만으로 낮춰 닛산의 르노 지분에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프랑스 정부 역시 반발하고 있다. 엠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은 지난달 29일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양사의 기존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닛산의 르노 의결권 부여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프랑스 정부가 르노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것은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 및 고용을 늘려 경제적 이점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내 고용을 중시하는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이 르노 경영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면 공장 이전 등 과감한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르노-닛산의 지분 구조에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대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FT가 지난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사이카와 CCO는 르노와 닛산의 상대 지분 보유를 각각 25~35%로 맞춰 지분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초안을 제시했다. 사이카와 COO는 “프랑스 정부의 르노 지배력 증대에 대한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닛산 이사진은 르노의 의결권을 갖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